나라가 온통 ‘임기 마지막 1년’... 취임 1년때 각오 그대로 가야, 본분 충실히 채우는 시간 돼야
복에 겨웠을까. 결과만 보면 그랬다. 서울시장 자리를 걷어찼다. 나가라 한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내걸더니, 던지고 나갔다. 무상급식 정책 반대 주민투표였다. ‘투표율이 미달하면 사퇴하겠다.’ 본인이 약속했다. 미달하자 퇴임했다. 2011년 8월의 일이다. 취임은 2010년 7월이었다. 연임이니 5년쯤 했다. 거기서 직을 내려놨다. 버린 임기가 3년여다. 그랬던 그가 다시 뛰어들었다. 이번 시장 자리는 1년짜리다.
보장된 3년도 버리더니. 10년 뒤에 1년짜리를 두고 사생결단했다. 1년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겼다. 업무 시작이 곧바로 말년(末年)이다. 그런데 열심히 뛴다. 그때와 다르다. 브리핑룸에 뻔질나게 들른다. 취임 한 달간 아홉 번 찾았다. 공식 기자회견만 사흘에 한 번꼴이다. 큰 현안이다 싶으면 다 나선다. 서울시 조직은 덩달아 팍팍 돌아간다. 진작에 좀 그러지. 뒤늦게 철든 오세훈 시장의 임기 ‘1년’이다.
나라가 온통 ‘임기 1년’이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 1년 남았다. 도지사ㆍ시장도 1년 남았다. 대통령도 1년 남았다. ‘시장→도지사→대통령’이 행정의 단계다. 이 세 단계가 모두 1년 시한부다. 2017 대선 일정이 꼬여서 이렇게 됐다. 임기는 4년과 5년으로 다르다. 다시 벌어질 것이다. 관건은 올해다. 2021년이 온통 ‘마지막 1년’이다. 말년 1년, 혹은 자투리 1년에 몰려 있다. 행정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경험 많은 3선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딱 ‘1년’ 있다. 세 번 연임의 마지막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이 그렇다. 그에게 1년은 어떨까. 직접 들을 기회는 없다. 대신 3년 전 인터뷰를 봤다. 취임 1주년 때였다. 말미에 ‘시민에 전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 “오산에서 BTS가 나올 것이다…오산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가 나올 것이다….” 교육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다. 혁신 교육, 창의 교육에 대한 꿈이다.
2년이 지났다. 바뀐 건 없다. ‘오산 BTS’는 나오지 않았다. ‘오산 빌 게이츠’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거짓말인가. 아니다. 그건 목표다. 시민이 꾸는 꿈이다. 애초 4년 임기에 ‘결판’ 볼 게 아니다. 1년 남은 지금도 똑같이 해가면 된다. ‘교육도시 오산’으로 계속 가면 된다. 하루하루 성실히 가면 된다. 1년 뒤 퇴임식이 있을 거다. 그때 거기서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어제까지 꿈 실현을 위해 열심히 뛰다 갑니다.”
‘도지사 이재명’의 시간도 짧다. 대권 후보가 되면 9월까지다. 후보 안 되면 임기 다 채운다. 그래서 ‘잘 되면’ 100일, ‘안 되면’ 1년이다. 그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취임 초 인터뷰가 여럿 있다. 도민에 전하는 말이 있다. “도민들의 기본권을 교통, 주거, 환경, 건강, 문화, 노동, 먹거리로 확장시켜 삶의 변화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게 하겠다…공정의 효과를 증명하겠다.” 그가 추구할 도정 목표였다.
계곡 불법 장사를 없앴다. 불법과 합법의 구분이다. 공정이 완성된 건 아니다. 아주 작은 공정의 예일 뿐이다. 산하기관 북동부 이전도 선언했다. 소외 지역에 대한 공정이다. 그렇다고 불균형이 끝나진 않았다. 많은 정책 중 하나일 뿐이다. 공정이란 게 그렇다. ‘왔지만, 갈 길이 많은’ 목표다. 남은 100일, 또는 1년…. 계속 더 해놔야 한다. 그래도 이런 퇴임사를 할수 있다. “도민 여러분, 공정행정 피부로 느끼셨지요.”
3선엔 마지막 1년이다. 초선에도 마지막 1년일 수 있다. 업무가 태산이다. 공약 이행률 점검해야 한다. 3년 전 공약 다 이뤘나. 못한 거 많을 텐데…. 시민과 소통 늘려야 한다. 충분히 만났나. 코로나 핑계로 뜸했을 텐데…. 모든 게 평가 항목이다. 시민이 심판하고 있다. ‘성공한 시장ㆍ실패한 시장’ 또는 ‘또 맡길 시장ㆍ바꿔야 할 시장’…. 이런 데 말년 폼 잡을 시간이 있나. 정치 쫓아다닐 시간 있나.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다시는 ‘임기 말 1년’을 못 볼 이들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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