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예뻐라

예뻐라

                                노여심

 

해맑은 날에는

풀밭이 좋아라.

풀밭에 피어난

꽃들이 좋아라.

꽃반지를 만드는

엄마의 콧노래가 예뻐라.

꽃다발 만들어

오빠! 부르는

누이의 목소리가 참 예뻐라.

 

서로를 아끼는 그 마음 ‘예뻐라’

휴일을 맞은 가족이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다. 풀밭을 보자 아이들이 깡충깡충 뛰며 좋아한다. 오늘은 미세먼지도 없고 코로나19 걱정도 없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솜털처럼 보드랍다. ‘꽃반지를 만드는/엄마의 콧노래가 예뻐라.’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는 풀밭에 앉아 꽃반지를 만든다. 젊은 날 남편과 연애하던 생각을 하면서. 즐겁다 보니 어느새 콧노래까지 나온다. 기분이 좋을 때 엄마는 꼭 콧노래를 부른다. 주방에서, 거실에서, 베란다에서. 오늘은 엄마의 콧노래가 유난히도 맑고도 곱다. 한참 뛰놀던 아이들이 숨찬 얼굴로 풀밭에 앉는다. ‘꽃다발 만들어/오빠! 부르는/ 누이의 목소리가 참 예뻐라.’ 누이동생은 오빠에게 꽃다발을 주고 싶다. 엊저녁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말다툼한 게 마음에 걸려서다. 갓난아기일 땐 바쁜 엄마 대신 참 많이도 저를 업어주던 오빤데. 예쁜 꽃으로 꽃다발을 만든다. 그 손에 햇살이 내려앉아 반짝거린다. 엄마는 꽃반지를 만들고, 어린 딸은 오빠에게 줄 꽃다발을 만들고. 어디선가 “찰칵!”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마침 나들이 나왔던 사진작가가 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미소와 함께 필름에 담는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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