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로만 읽히던 문학 작품이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되살아났다. 지난 21일 오후 7시30분께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열린 수원시립공연단의 기획공연 <북어대가리>다.
이번 공연은 수원시립공연단이 수원교육지원청과 함께 한 ‘청소년 영상예술 교육사업’으로 교과서로만 읽던 희곡 작품을 영상화해 청소년들의 학습효과를 극대화 시키려고 마련됐다. 공연은 영상으로 제작돼 2학기가 시작하면 수원시 내 여러 학교로 전달,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이강백 작가의 ‘북어대가리’는 이정민 수원시립공연단 극단 상임연출의 손에서 다시 탄생했다. 이 상임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는 ‘탐색과 발견’, ‘떠남과 머묾’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대조적인 관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북어대가리>는 창고 속에서 발생하는 두 주인공의 갈등으로 “성실하게 사는 것이 꼭 옳은 것인가?”, “인간의 가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미 여러 번 연극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 ‘북어대가리’는 관객들과 만나 왔다. 많이 알려진 만큼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공연장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을 위한 교육과 문화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4명의 배우는 기존에 어떤 얼굴과 성격을 가졌는지 모를 정도로 기임, 자앙, 다링, 트럭운전수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배우들은 작은 무대를 창고로 만들었고 2시간 동안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
특히 공연은 학생들의 문학 작품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녹여냈다. 배우들은 학생의 관점에서 쉽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담담하지만 강렬한 배우들의 연기로 따로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찾아보지 않아도 ‘북어대가리’가 가진 의미를 쉽게 해석할 수 있었다. 글자로만 읽히고 문장 하나하나씩 분석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배우의 움직임과 감정선이 변화하는 모습, 표정, 무대의 구성, 음악 등을 통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공연은 뒤통수를 한 대 친 것과 같은 충격을 준다. 머리만 덜렁 남은 북어와 같이 혼자 남겨진 자앙을 통해 여전히 소모품처럼 소비되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 그저 성실하면 옳은 삶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답은 명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관객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그저 연극으로 각색된 문학 작품이 아닌, 현대인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두 시간이었다.
김은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