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ㆍ7 재보궐선거에서 2030표가 당락을 좌우했다. 통상 2030의 젊은 표는 지루한 보수보다 참신한 진보 쪽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서울ㆍ부산 재보궐선거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표출됐다.
양당 모두가 놀라웠고 표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보궐선거 패인의 주요요인으로 부동산, LH사태 등을 생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30 청년들을 만나보니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지만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으로 요약 할 수 있다. 즉 “가난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않음을 걱정하자”는 말이다. 이 말은 2500년 전 중국에서 공자가 논어 계씨 1편에서 이야기 한 말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난은 참을망정 불공정은 참지 못한다’. 이게 2030 민심이 돌아선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로부터 1500년 뒤 중국 남송의 유학자 상산 육구연은 “불환빈 환불균”, “가난한 게 걱정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게 걱정이다”라고 했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핵심 주제인 공정(公淸)과도 일맥상통한다. 2500년 전 옛날이나 지금이나 민심은 불공정에 대해 예민했던 것이다.
LH사태가 무엇인가. 미리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해 불로소득을 번 공정하지 못한 사태에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인간만 불공정에 대해 예민한 것일까.
2003년 과학저널 네이처 9월호에서 ‘원숭이가 불공정한 보상을 거부했다’는 제목으로 실험 논문이 발표됐다. 네덜란드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교수 등은 서로 다른 쪽을 볼 수 있는 우리 속에 갈색 긴꼬리원숭이를 한 마리씩 넣고 같은 일을 시켰다. 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똑같이 오이를 주니 둘 다 잘 받아먹었다. 그 다음 같은 일에 대해 서로 다르게 보상했다. 먼저 한쪽에는 포도를, 이어 다른 한쪽에는 그대로 오이를 줬다. 포도를 기대했다가 오이를 받은 쪽은 먹지 않거나 심지어 던져버렸다. 프란스 드 발 등은 “인간만이 불평등을 혐오하는 건 아닐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원숭이도 공정하지 못한 보상에 불만을 하는데 사회 문제에 민감한 2030세대의 불공정은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대상이었다.
앞으로 정책입안을 할 때 어떤 차별이 좋은 차별(합리적 차별)이고 어떤 차별이 나쁜 차별(평등권 침해)인지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반드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차이와 차별은 다르다. 합리적 차별은 차이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분노는 욕심이나 가난 때문이 아니라 불평등한 차별 때문에 일어난다.” 거짓과 반칙과 특권을 양심에서 부끄럽게 여기고 정의로 거부되는 사회, 좋은 차별과 나쁜 차별이 분명히 구분되고 식별되는 공동체 지성이 확립된 사회를 2030세대는 원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나 정치권 인사들은 2500년 전 ‘불환빈 환불균’의 마음을 읽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필근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