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코로나 이후, 다가올 변화에 민감해져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가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우선순위, 삶을 즐기는 방법, 일하는 방식 등이 모두 변했다. 특히 원격근무의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업문화, 조직관리, 리더십도 확연히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잘 운영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변화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고, 변화해야 할 필요를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작하기에는 준비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미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에 늦게 대응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과거 필름산업의 독보적인 선두주자였던 코닥의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 기업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1900년대에 필름을 코닥이라고 부를 정도로 필름 산업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미국 2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코닥은 1980년대 디지털 사진의 위협에 직면했다. 당시 코닥의 기술적 전환에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없어보였다.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코닥의 한 엔지니어가 발명했고, 회사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코닥은 필름 시장의 붕괴를 우려해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을 억지로 늦추려고 시도했지만 1998년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성을 예측한 일본 카메라 기업들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필름 카메라는 급속도로 사장되기 시작했다. 코닥도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른 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코닥의 실적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결국 2012년에 파산했다.

반면 똑같이 사진용 필름 사업을 했지만 후지필름은 디지털 사진의 등장에 코닥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후지필름은 사진용 필름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LCD 패널에 사용되는 필름을 만들었다. LCD 패널은 컴퓨터와 TV의 평면화면으로의 전환 그리고 휴대전화의 수요 증가로 2000년대부터 엄청난 성장을 했다. 후지필름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진화론의 기초를 확립한 찰스다윈은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능이 높은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 인간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세상은 아찔할 만큼 급변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 착시 현상으로 정체한 듯 보이지만, 각 나라와 기업들은 미래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경쟁자보다 먼저 투자하고, 시장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용기와 적극성을 갖춘 기업과 조직 그리고 개인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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