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신고제가 시범운영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며 전월세신고제에 대한 각종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임대인들의 과세부담이 임차인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월세신고제에 대한 홍보 부족까지 더해지며 지역 부동산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임대차 3법의 마지막 정책인 전월세신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신고 대상은 보증금 6천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며, 수도권 전역, 광역시, 세종시 등에서 이뤄지는 임대차 계약이다. 다만 거래량이 작고 소액 계약 임대차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은 제외된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경기도에서는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이 지난달 19일 전월세신고제 시범운영지역으로 선정돼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지역 부동산 업계와 임대업자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시장 전체가 침체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만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월세신고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문자 조은집부동산 대표는 “임대차보호 3법이 시행되며 임대인들이 하자 보수 책임까지 임차인에게 미루는 등 부담을 임차인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임대인들의 부담은 임차인들에게 전가될 것이며, 임대인ㆍ임차인ㆍ부동산중개업자 모두가 힘든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누리에뜰 공인중개사사무소 이정화 대표는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전월세신고제에 대한 임대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홍보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임대업자들은 전월세신고를 바탕으로 정부가 임대 소득에 대한 소득 징수에 나서게 되면 그 부담을 임차인들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보정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A씨는 월세 30만원이 넘어 전월세신고제 대상에 포함됐다. A씨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커질 경우 어쩔 수 없이 임대료를 올릴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 탓에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본연의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책 관련 자료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제정목적도 불투명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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