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백남준의 ‘다다익선’ 원형 복원을 기대하며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백남준의 ‘다다익선’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가 시작됐다. 그간 복원 방향을 놓고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이다. 2003년 노화된 모니터를 전면 교체했는데 2년 전부터 모니터와 배선이 노화해 가동이 중단됐다.

작년에 정밀진단을 마치고 내년에 원형 복원을 목표로 보존처리가 진행 중이다. 현대미술에서는 기존의 유일무이한 물질에서 작가의 아이디어, 구상 자체도 예술이 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현대미술은 향후 후세대가 누려야 할 문화 산물로서의 잠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미술의 특성으로 보존전문가의 역할 범위가 훨씬 넓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미술 보존전문가는 현대미술의 재료적인 문제와 개념적인 문제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들의 개입으로 인한 입장 차가 현대미술의 보존에 대한 가치논쟁이라는 과제를 갖게 하며 보존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여 보존 방안을 결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앞으로의 현대미술의 보존은 협의하는 보존의 형태이며, 이에 따라 보존전문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현대미술의 보존전문가는 새롭고 다양한 재료들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현대미술의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하고 젊은 작가들의 역량과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파악해 현대미술 작품의 잠재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미래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현대 작가와 작품들의 각종 자료수집과 인터뷰, 기록, 데이터 구축 등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현대 미술작품들의 보존처리 결정에 있어서 작품의 다양한 가치들을 고려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며, 지속적인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예술 관련 다양한 각계 전문가들과 서로 교류하며 토의할 수 있는 국제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간의 예술품에 대한 보존이 실증분석이나 실험연구가 주를 이뤘다. 현대미술의 보존은 개념적인 검토를 우선으로 한 철학과 이론이 우선 정립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에 적합한 보존처리 결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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