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판매행사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캐나다 온라인쇼핑 플랫폼 쇼피파이(Sopify)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절대강자 아마존을 제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처럼 신흥 플랫폼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플랫폼의 높은 판매(입점)수수료 대신 고정된 플랫폼 이용료만 내기에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진입장벽이 낮아서 제조하거나 재고를 보유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료만 내면 플랫폼 내 상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도 아니고 재고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은 드랍쉬핑(Drop shipping)이라는 독특한 서비스 때문이다. 드랍쉬핑은 원칙적으로 해외직구(Cross-border shopping)로써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D2C(Direct to Customer)방식이다. 드랍쉬핑 플랫폼 내 다른 판매자(물품공급자)들의 스토어에 전시된 상품을 내 스토어로 가지고 와서 팔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드랍쉬핑 시스템 안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받아 자기 스토어에서 판매를 하면 물건의 배송은 물품공급자가 담당한다. 판매자는 판매에만 집중하면 된다. 재고의 관리, 배송, 결제가 드랍쉬핑 서비스 운영자가 제공하는 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조만 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엔 지금의 글로벌 이커머스의 벽은 너무 높은 상태다. 입점부터 마케팅, 재고, 배송, 결제 등의 업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플랫폼 안에서 가격경쟁과 끊임없이 들어가는 마케팅비용 탓에 수익성이 낮아져 중도에 포기하거나 전문 셀러들에게 맡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상하는 드랍쉬핑서비스가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이커머스 진출에 답이 될 수 이유가 있다.
우선은 드랍쉬핑 시스템내서는 내 상품을 다른 판매자들도 팔 수 있기에 판매량이 늘 수 있다. 예컨대, 쇼피파이는 자사몰과 드랍쉬핑 자회사 Oberlo에는 175개국 300만명에 이르는 셀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동안 절대 부족했던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중소기업제품의 노출을 늘릴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드랍쉬핑 시장에서 공급되는 상품은 대부분 중국제품으로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전체매출의 30%가 Alidropship이라는 드랍쉬핑 전용 웹에서 발생한다. 우리 제품만을 다루는 드랍쉬핑 서비스가 제공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가 좋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문화, 의료, 뷰티분야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한편, 시장도 빨리 반응하고 있다. 중국제품을 취급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성공에 따라 미국, 유럽 제품을 취급하는 Spoket이라는 드랍쉬핑 서비스도 시작됐다. 해외 각국이 서비스의 개발을 서두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만간 한국제품만을 취급하는 드랍쉬핑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 부는 이런 변화의 바람을 수출중소기업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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