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평택세관, 민간통관장 외면… 1천188억 뺏길 판

인천·전북은 앞다퉈 추진 중인데...세관 도입 소극적, 지역경제 ‘찬물’, 타 지자체에 물동량 뺏길까 우려

사진=조주현기자
사진=조주현기자

1천188억원. 늘어나는 전자상거래 수요 증가에 따라 평택항에 ‘해상특송 민간통관장’이 들어섰을 때 예상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단비와도 같은 돈이다. 그러나 민간통관장 도입의 핵심을 쥐고 있는 평택세관은 ‘민간통관장은 믿을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과 전북 등 다른 지역들은 발빠르게 나서고 있어 지역경제를 살릴 먹거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평택세관이 왜 민간통관장 도입에 소극적인지, 표면에 들어난 이유 외에 다른 의도는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경기지역에 1천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항 민간통관장’이 외면받고 있다. 평택세관의 ‘몽니’로 첫 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과 전북 등에서는 앞다퉈 ‘민간통관장’을 추진 중이어서 상당수의 물동량을 다른 지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평택시와 평택세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평택항을 통한 해상특송 물량은 전국 총 물량의 63%를 점유하고 있다. 해외 직구 증가 등 전자상거래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접근성 등이 용이한 평택항으로 물류가 몰린 데 따른 여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전자상거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어 기존 평택항의 물류 시설만으로는 앞으로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민간통관장’이다.

민간통관장은 민간에서 통관 시설을 설치하고 세관이 통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공이 나서 새로 특송장을 건립하는 것보다 빠른 추진이 가능해 물동량 급증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지역 항만 물류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평택항 발전을 위한 포럼’에서 발표된 이동현 평택대 교수의 ‘평택항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해상 특송 발전방안 검토’ 연구에 따르면 평택항에 해상특송 민간통관장이 구축될 경우 직간접 일자리 348명, 생산유발효과 1천188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타 지역에서는 이미 민간통관장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항은 지난해 8월 해수부로부터 ‘전자상거래 특화구역 허가’를 받고 입주기업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전북 군산항 역시 국내 종합물류기업인 ㈜한진과 손잡고 ‘해상특송화물통관장’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평택항에서는 아직까지도 관련 논의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장벽은 핵심 기관 중 하나인 평택세관이 민간통관장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민간통관장을 허가하면 위해물품을 비롯한 밀수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평택항이 민간통관장 도입에 뒤쳐질수록 선발주자로 나선 인천항과 군산항이 물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평택지역의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천항과 군산항이 민간통관장 설치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평택항은 지금 시작해도 한 참 늦은 것”이라면서 “업체들이 평택항 대신 인천항과 군산항을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평택항이 빼앗긴 물류를 되찾아오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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