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대한항공 통합 연기, 자사 배불리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시점을 2년 뒤인 2024년으로 연기했다. 정부가 양사 통합을 주도하면서 ‘공적자금 8천억원’ 투입의 명분으로 삼았던 ‘글로벌 Top 10위 수준의 통합FSC(대형항공사)’ 출범, 국부유출 방지를 위한 항공 MRO산업 육성 등은 요원해졌다. 늦은 만큼 통합의 시너지도 줄어들 게 뻔해 자칫 혈세낭비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후 통합전략(PMI)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우기홍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편입 후, 통합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기까지는 약 2년 정도 소요된다”며 “MRO 사업은 별도 법인이 아닌 회사 내부조직으로 운영할 예정임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문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개편 없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오히려 ‘자사 독점적인 체제’를 구축할 심산이다.

단적인 사례가 ‘항공 MRO 사업, 자가(自家) 정비체제 유지’ 계획이다. 정부는 대한항공이 양사 합병으로 생긴 국내 항공기의 76.46%(315대)에 달하는 정비 물량을 밑천삼아 ‘별도의 전문 MRO 통합법인’을 설립하리라 기대했다. 항공사가 지난 수십년간 직접 MRO 사업을 맡아왔지만 고비용, 기술부족 등으로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은(엔진·부품 57%, 기체정비 36%) 현행 정비체제 때문이라고 본 거다. 또한 ‘자가 정비 중심의’ 독점적 구조는 경쟁 항공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 항공기 운항안전과 항공운송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항공안전의 기본이 되는 MRO와 조종사 교육은 모든 항공사들이 공정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공익적 관점에서 개편돼야 한다는 거다.

한편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시한 ‘MRO산업(항공기 정비, 부품수주, 훈련 등)의 체계적인 육성으로 해외 외주 정비의 내수 전환(국부유출 방지) 및 국내 연관산업 발전’을 이루려면 ‘1국가 1FSC(Full Service Carrier) 체제’로의 재편이 시급하다. 세계 7위 통합FSC와 동북아 최대 통합LCC(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해야 별도의 항공MRO 통합법인도 출범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회계장부와 전산 통합, 항공 동맹(Global alliance) 문제 등을 이유로 통합 일정을 미루고 있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은 공공성이 필요한 항공 MRO 및 조종사 교육훈련의 경우 ‘독립적인 전문 통합법인’ 설립 방안이 대한항공 PMI 계획에 반영되도록 견제하는 등 공적자금 투입 취지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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