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오늘을 위로해주는 곳,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 '불편한 편의점' (나무옆의자刊)

거리를 다니다 보면 흔하게 편의점을 볼 수 있다. 골목, 집 앞 등 곳곳에 있으며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도시락을 사러, 퇴근길 혼술을 하러 각자의 이유로 편의점에 자주 들리곤 한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 가깝게 있는 편의점에서 말하지 못한 속내와 희로애락을 나눈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김호연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刊)이다.

김호연 작가는 지난 2013년 출간한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을 생생하게 포착해 흥미로운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김 작가는 친숙한 인물들과 대사를 통해 흔하고 뻔한 이야기가 아닌 힘겨운 2021년을 살아내는 우리네 삶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책은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염 여사’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작된다. 독고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며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손님을 잘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하루만에 편의점 품목을 외우고 편의점의 진상을 퇴치하면서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아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된다. 또 사람들에게 골칫거리였던 구석의 편의점을 활기와 온정이 넘치는 곳으로 변화시킨다.

김 작가는 개성 넘치고 저마다 사연을 지닌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킨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 해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아르바이트생 시현,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라면과 김밥, 소주를 사 혼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등. 각자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와 대화하며 오해와 대립, 이해와 공감의 과정을 겪는다. 독고는 이들에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작가는 책 속 인물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안부를 걱정한다. 혼자인 시간이 많아지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 편의점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통해 조금씩 사람들과 벽이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고 힘든 오늘을 위로받을 수 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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