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도로의 부지 소유자가 그 도로의 사실상 지배주체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을 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실상 도로의 철거·토지인도 내지 통행금지 등까지를 구할 수 있는 것인지가 권리남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판례의 동향을 보면, 특수한 경우(도로 폐쇄에 실익이 없는 경우 등) 권리남용을 인정한 예도 있으나, 대체로 권리남용을 부인하는 경향이 우세했다고 보인다. 즉 대법원은 그동안, 소유권 취득 전부터 자연 구거 및 인근 주민들의 통행로로 사용돼 왔고, 지하에 상수도가 설치된 토지 소유자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구거 및 도로 부분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를 청구한 것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대법원 2007다5397 판결) 또 계쟁 토지가 기간산업도로의 4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편입돼 있다는 사유만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계쟁토지의 인도청구가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고 했으며(대법원 90다13055 판결), 소유자가 시에 대해 권원없이 대지의 지하에 매설한 상수도관의 철거를 구하는 경우에 이를 이설할 만한 마땅한 다른 장소가 없다는 등의 이유만으로써는 소유자의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는 등(대법원 85다카1383 판결) 권리남용을 부인하는 태도를 많이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어떤 도로가 공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 공중의 자유로운 통행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의해서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해당 토지 부분이 유서 깊은 사찰로 출입하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사실상 도로의 일부이고, 위 도로는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농어촌도로 정비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농어촌지역 주민의 교통 편익과 생산ㆍ유통활동 등에 공용되는 공로’임을 인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해 왔는데, 그 사정을 알면서도 경매로 해당 토지 부분 등을 매수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철거ㆍ인도를 구한 사건에서 ‘어떤 토지가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공로가 되면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고, 이는 소유자가 수인해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소유자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위와 같은 청구를 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다’라고 판시, 이는 판례의 흐름을 바꿀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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