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아프리카 바이어와 비즈니스 하는 법

아프리카 바이어들은 매사 느긋하다. 속도가 효율인 우리 기업은 답답할 수 있지만, 미리 알고 대응한다면 비즈니스의 반은 성공하는 셈이다. 또한, 남아선호 탓에 사회 각 부문이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서 상대 바이어가 여성인 경우 존중과 배려만으로도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 한편 아프리카인은 피부색으로부터 오는 열등감이 있으니 피부색을 부득이 이야기해야 할 때는 “Black Skin”은 절대 금물이며, “Dark Skin”이라고 용어를 순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선물도 아프리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한국의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토종 민간요법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다. 현지 약초를 달인 증기를 흡입하거나 자연 약재를 섞어 만든 음료를 마시면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아프리카 대통령들도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건강식품을 선물할 경우 차별화된 효과를 설명해 주면 선물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문화가 체화된 한국의 전통공예품도 아프리카인들의 평화로운 정서에 반할 수 있다. 예컨대 기괴하고 무서운 표정이 들어 있는 공예품은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공산품이 부족한 아프리카에는 실용적인 선물이 좋은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한국산 마스크다.

수출 상담 중 무료샘플 요구가 많은데 이는 중국 수출업자들의 영향이다. 샘플이 고가가 아니라면 운송비만이라도 부담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리 장점을 설명하고 눈으로 보여주고 만지게 해도 직접 써보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신용사회가 형성되지 못한데다 지금까지 속고 산 경험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현지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이런 정서를 이해하고 미리 일정 물량을 가져와 저렴하게 판매해 직접 사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례로 지난해 경기도 생활마스크 1천장을 경기비즈니스센터(GBC 나이로비)를 통해 판매해 본 결과, 고가임에도 사용해 본 사람은 계속 찾아 5만7천장의 추가 오더를 받은 바 있다. 소량의 주문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큰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아직 도내 수출기업들은 이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원거리 탓에 비용 부담과 정보 부족으로 아프리카 시장진출에 소극적이었으나, 화상상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비즈니스는 서로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진출을 희망하는 수출기업이라면 이들의 문화와 상관습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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