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자 인천] 수도권 전력 공급원’ 인천, 온실가스 배출만 남는다

인천 서구 바닷가에 높게 치솟은 굴뚝 수십여개에서 매일 흰 연기가 뿜어져 오른다. 모두 발전소에서 연료를 태우면서 나오는 배기가스다. 이 배기가스는 소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로 불린다. 일대에는 발전기 20개 규모의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소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발전본부(발전기 16개),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발전본부(발전기 12개), 한국중부발전 인천발전본부(발전기 9개) 등 모두 4곳의 발전소에서 57개의 발전기가 매일 돌아가고 있다. 이곳에선 지난 2019년 기준으로 매년 2천125만7천233㎿h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천 전역의 1년 전력 소비량(2천428만㎿h)에 맞먹는 발전량이다. 이들 발전소에서 직선거리 1㎞만 지나면 곧바로 청라국제도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흥도엔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가 지난 2004년부터 국내 최대규모인 발전기 6개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발전기는 적지만 발전량은 서구의 발전소 발전량 모두를 더한 것 보다 많은 무려 3천640만7천138㎿h의 전기를 생산한다. 특히 이곳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석탄을 연료로 하는 발전소다.

인천은 현재 해마다 6천5만2천895㎿h의 전기를 만든다. 또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전기 생산 지역이다. 에너지 자립도만 무려 247%에 달한다. 현재 인천에서 만들어진 전기 중 40%는 인천에서 쓰고, 나머지 60%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대부분 쓰인다. 사실상 인천은 수도권의 전력 공급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인천은 엄청난 온실가스를 내뿜는 도시, 즉 탄소배출량이 높은 도시로 전락했다. 석탄을 태우는 영흥발전소는 해마다 3천만t의 탄소를 배출한다. 인천에 있는 발전소 8곳의 탄소배출량(3천901만t) 중 77%다. 나머지 발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기에 영흥발전소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편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중앙정부에 영흥발전소의 LNG 연료 전환이나 조기 폐쇄를 계속해서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국적인 전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요청을 묵살해왔다. 결국 인천시는 지난해 ‘탈석탄 동맹(PPCA) 가입’을 선언하고 “오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2%로 확대하는 만큼, 영흥화력발전소의 발전기 1·2호를 조기 폐쇄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는 마지못해 오는 2034년에 1·2호기 폐쇄하기로 하고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반영했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비정상적 구조가 환경의 기본 원칙인 ‘오염자 부담원칙’조차 위배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정부가 화력발전소 신설 및 감축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깨고 지자체와 협의토록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정부가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해 인천에 많은 발전소를 지었고, 여기에 많은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데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젠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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