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산 ‘산山 내川 들野’ 나들이] 군포 수리산&반월호수

수리산, 2009년 경기도 세 번째 도립공원 지정, 봉우리 정상 빼어난 조망으로 등산객들 발길
20만 그루 철쭉 꽃대궐, 봄 산행 또 다른 묘미... 반월호수 해질녘 주홍빛 낙조 한 폭의 풍경화

도시가 산을 에워싸고 산자락 주위를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갔다. 도시는 바다가 되고 산은 바다 한 가운데 솟아 있는 외로운 섬처럼 되어 버렸다. 산 주위로는 사통팔달 큰 길들이 뚫리고 산자락에는 전철 철길이 깔렸다. 그것도 모자라 땅 아래로는 터널까지 뚫렸다. 군포시와 안양시의 아파트들로 둘러 싸인 수리산의 모습이다.

‘뽕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고 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메트로폴리스 서울 주변의 도시들이 아파트도시를 형성하면서 변천해온 과정들을 보면 바로 이 말을 실감케 한다. 안양과 군포 등 수도권 도시들이, 얼마 남지 않은 숨통인 ‘녹지공간’과 산들을 계속 침식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시여! 이젠 더 이상 산으로 올라가지 말자!!

■반월저수지 호반의 빨간 지붕…물가에는 벤치

자연의 명화는 어느 시점, 어디에서 보아야만 하는 걸까

서울행 KTX를 타고 천안 아산역을 지났다. 여기서 광명역까지는 20여 분의 거리, 기차 진행방향 오른쪽 창 밖 풍경을 내다본다. 잠시 후 열차는 호수 위로 놓인 철길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나즈막한 산들이 시야를 스치고 지나간다. 곧바로, 눈 깜빡할 사이에 열차가 건넌 호수는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의 어천저수지이고, 손에 닿을 듯 시야를 스친 산은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를 이루는 칠보산(239m)다.

잠시 후 열차가 또 하나의 작은 저수지 송라저수지를 건너고 나니 이번에는 차창 밖으로 조금 더 큰 저수지가 한 폭의 그림인양 펼쳐졌다. 경기 군포시 둔대동의 반월저수지다. 유명한 화가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호수 건너편에 솟아 있는 수리산 슬기봉 정상, 돔형의 시설물이 멋진 조각작품인양 시각을 즐겁게 한다. 산 정상을 망가뜨린 시설물에 대한 평소의 불만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풍경이다. 그런데 마음속 깊은 곳에 깊이 각인되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호수 건너편 물가에 있는 집이다. 시속 300km가 된다는 고속열차 속에서 찰나에 스치고 간 그림이라 머릿속에서도 스케치가 되지 않았다. 다만 상상의 나래 속에다 빨간 색 지붕과 벤치가 놓여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담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내 님은 누구일까, 어디 계실까, 무엇을 하는 님일까, 만나 보고 싶네.’ 196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의 노랫말 끝 소절 ‘호반의 벤치로 가 봐야겠네’를 흥얼거려 본다. 호반의 그 집 지붕 색깔은 빨강이었고, 물가 넓은 잔디마당에는 벤치가 놓여 있었다. 아! 상상 속의 풍광만이 아니었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광은 어느 싯점, 어느 장소에서 보아야만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 -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겠다는 점, ‘아름다운 풍광 감상법’을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 갈치저수지에서
▲ 갈치저수지에서

■수리산 정상의 빼어난 조망…많은 등산객들의 발길 이끌어

군포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수리산은 태을봉(489m)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 슬기봉(469m), 동북쪽의 관모봉(426m)과 북서쪽의 수암봉(395m)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리산’이라는 이름은 산본이나 군포에서 바라볼 때 산세가 비상하는 독수리 형상으로 보이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수리산은 2009년, 남한산성(1971년)과 연인산(2005년)에 이어 경기도의 세 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951년 한국전쟁 때는 수리산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고 시흥~안양~수원의 방어선 역할을 하였다. 평지에서 갑자기 솟아 오른 듯한 산계 덕분에 여러 개의 봉우리 정상에서 바라보는 빼어난 조망이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을 “정상으로 정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그만큼 등정(登頂)의 등산로도 많다. 수리산은 ‘군포수리산’과 ‘안양수리산’으로 대별, 도립공원측에서는 년간 탐방객이 200만명으로 집계가 된다고 했다.

수리산 산행은 산 동쪽인 인구밀집지역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가장 많다. 이 지역은 4호선 전철 산본역과 수리산역을 기점으로 도보로 걸어도 20분 정도면 등산로 나들목에 닿을 수 있다. 산본역에서 내리는 경우, 산본동 엘림복지원을 산행시발점으로 삼으면 힘기르는 숲과 독서의 숲을 거쳐 태을봉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된다. 약 1.45km의 거리에 1시간 반 정도로 정상을 오를 수 있다. 노약자에게는 대단한 인기의 코스다.

▲ 수리산도립공원
▲ 수리산도립공원

■20만 그루의 철쭉군락 철쭉동산…봄날의 수리산 산행의 백미

누가 뭐래도 수리산 산행은 철쭉의 계절, 봄날의 산행이다. 수리산역에서 20만 그루의 철쭉군락, 철쭉동산은 지척의 거리다. 신록의 산록, 도심에 이러한 철쭉의 군락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 분홍빛갈 철쭉의 바다 속, 연인과 함께 꽃길을 걸으며 ‘철쭉의 꽃말’ 그대로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즐거움’ 을 만끽해 본다. 억급의 세월에 비하면 100년 안쪽의 인생은 찰라, 하물며 꽃이야 말할 여지가 없겠다. 그래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도 했다. 매년 4~5월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에 다양한 행사로 손님들을 모시던 군포철쭉축제가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악마’ 때문에 그냥 넘어 간다니 아쉽다,

철쭉동산에서 얼마의 발품만 팔면 용진사 입구에 닿을 수 있다. 용진사 입구에서 성불사와 임간교실, 만남의 광장을 거치면 슬기봉에는 금방 닿을 수가 있다. 용진사 입구~슬기봉 구간은 소요시간 1시간으로 넉넉한 거리, 1,1km다.

대야미역을 수리산 산행나들목으로 잡을 수도 있다. 산자락까지 걷기에는 약간의 무리이겠지만 건각이라면 트레킹코스로 삼아도 좋겠다. 대야미역에서 수리사 방향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산자락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이 코스에서는 아름다운 갈치호수를 지나게 되는데 갈치호수에서 슬기봉을 바라보는 경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풍광이다. 물오리들이 호수위에서 유영이라도 하는 순간은 사진촬영의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버스종점에서 산행안내를 받을 수 있는 수리산도립공원 사무소는 멀지 않는 거리다.

■반월호수둘레길의 거점 ‘허니 듀 Honey Dew’, 나들이길의 즐거움을 배가

군포 대야동에 있는 반월호수는 수줍어 하는 시골색시 같은 호수다. 소리 없이 눈으로 웃어 주는 듯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10여년 전 어느 봄날, 글 쓰는 작가 몇 사람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호수 호반의 한 카페에서 회동을 했다. 이들은 수시로 만나 겨울의 산, 봄날의 호수와 여름의 해수욕장, 가을의 강가 등 아름다운 곳을 찾아 다니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작품의 소재들을 얻는 작업을 했었다. 그 때만 해도 반월호수는 둘레길이나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 시절 우리가 만났던 ‘감로수’는 빨강지붕의 카페, 영화나 TV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올법한 분위기였다. 그 카페앞 호수가에는 벤치가 놓여 있었고 자그만 공원같은 넓은 마당은 계절따라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루 중에서도 호수를 붉게 물들이는 해질녘의 주홍빛 낙조는 바로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이에 우리는 아낌없는 찬사가 절로 나왔었다. 지금의 반월호수는 주변의 경관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자연 친화적인 둘레길과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한 시절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쳤던 ‘감로수’는 그 명성을 이어 받은 ‘허니 듀 Honey Dew’라는 새 카페가 보다 새롭고 젊은 감각으로 반월호수 나들이 길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글_우촌 박재곤 / 사진_군포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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