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대적 화두는 ‘언론개혁’이다. 반칙뉴스에 대한 징벌적 책임 강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국민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미디어오늘ㆍ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52% 찬성이 이런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들은 정치, 사법개혁에 이상으로 언론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자유라는 이유만으로 견제받지 않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사회적 합의다. 단지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가짜뉴스’나, 극소수 자질이 의심되는 기자들의 일탈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언론 환경은 더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개혁을 앞둔 과도기다.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순기능보다는 정파성 짙은 보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어야 하는 왜곡된 문화, 지역에서 전국 어디에서도 영향력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악습이 이 같은 불신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전국의 지자체는 지역언론 지원책이라는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행정광고, 지대, 잡지 등 지출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특권의 상징인 기자실을 무료로 사용하는 배려까지 아끼지 않는다. 이제 이것은 필수가 되었다. 여기에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탄압이고 언론의 활동을 제약하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그리고 매운맛이 들어온다. 가장 먼저 유권자의 표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을 괴롭히는 방법이다. 일례로 시정의 허물은 거대한 비리 온상으로 편집된다. 설령 그것이 사실과 다른 뉴스라 해도 시민 알 권리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사실상 관대한 면책까지 받으니 가히 언론권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언론이 끼치는 상처가 칼로 찌른 상처보다 클 수 있음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팬데믹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혁신기술들로 무장한 3차 산업혁명 시대, 유튜브, 1인 매체 등 언론의 다양성은 방파제를 뛰어넘을 만큼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미 전국의 지자체가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 중 하나로 골머리를 앓을 정도이다. 한때 승진의 지름길로 선호했던 것도 옛말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흐름을 끊어내기 위한 시대적 과제로 국회에서 칼을 빼든 언론의 징벌적 책임 법안은 오히려 공공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대책으로 환영할 일이다. 대다수 양식 있는 현장의 기자들도 언론개혁을 반긴다. 여기에는 극소수 나쁜 이미지로 인한 대다수 선량한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시대적으로도 언론개혁은 올곧은 길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 문이 활짝 열리고, 정치민주화, 사법민주화, 경제민주화도 국민적 염원에 화답했다. 이제 남은 종착역은 언론민주화로 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어떤 권력이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역사에서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다. 즉 언론개혁의 본질도 언론인들이 자신의 양심과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언론의 ‘정론직필’은 사실에 입각한 진실을 추구하는 보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당시, 대학에서 ‘전환시대의 논리’ 읽은 적이 있었다. 저자 리영희 선생은 군부독재가 통치하던 암울한 시대 지식인으로서 넓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과학적인 논리로 몸소 민주주의에 앞장섰다. 30년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무려 아홉 번이나 체포됐고, 현실과 타협해 부유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권력의 핍박 속에서도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보도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도 유효한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겠는가.
안승남 구리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