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뿐인 신도시의 암울한 그림자:해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탈출구’ 모색

관련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

1기 신도시 노후화에 따른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으면서 구축 아파트를 신축처럼 바꿀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내력벽 철거 등 관련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내 1기 신도시 아파트 중 조합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계에 들어간 단지는 지난해 12월 기준 20여곳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30년을 맞는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조합 설립 등 리모델링 추진이 가속화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도에서 진행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에도 116개 단지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중 대다수가 1기 신도시 아파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리모델링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관련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이 필요한가?’ 보고서를 보면 1기 신도시 자가 주민의 66.9%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기대치와는 달리 실제 리모델링이 추진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적을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 때문에 실제 추진까지 이뤄지지는 않는 것이다. 현재까지 1기 신도시 중 리모델링 사업 승인을 받은 곳은 지난달 허가를 받은 분당 한솔마을5단지(1천156세대)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수직 증축과 세대 간 내력벽 철거 등 관련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수직 증축에 까다로운 절차를 적용하고 있으며 내력벽 철거 허용은 안전성의 문제로 금지하고 있다. 우선 수직 증축은 수평 증축에 비해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1차 안전진단 후 1ㆍ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야 하고, 이주한 후에는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총 4차례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대부분 단지가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또 다른 이슈는 ‘내력벽 철거 허용’이다. 리모델링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지면 면적을 30~40%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내력벽 철거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기 신도시 노후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는 것이 3기 신도시 조성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3기 신도시 등 신규 택지를 지정해 신도시 개발을 하게 될 경우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게 된다”며 “1기 신도시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등을 통해 1기 신도시를 활용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희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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