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도봉산
가까이
박종현
우리는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따로 따로 산이 되어
마주보고 있다.
우리는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따로 따로 나무 되어
마주보고 있다.
그리운 사람은 가까이 가기가 오히려 어렵다. 왠지 쑥스럽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수백, 수천 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가까이 가기는 쉽지 않다. 그저 마음속에 깊숙이 담아놓고 혼자서만 애를 태울 뿐이다. 그래서 시인은 ‘따로 따로 산이 되었다’고 했다. 산이라도 되어야만 간신히 마주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이 얼마나 간절한 그리움인가. 그리고 시인은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따로 따로 나무라도 되어야만’ 간신히 마주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얼마나 그윽한 바라봄이며 목마름인가. 우리들의 인간관계를 도봉산을 통해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담았다. 박종현! 시인은 1976년 전남 광주에서 어린이 문예지《아동문예》를 창간하여 무려 44년간 이끌어 오다가 작년 저세상으로 떠났다. 나라나 개인이나 어렵기 그지없던 70년대에,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어린이 문예지를 창간했던 그 용맹(?)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시인의 1주기를 맞으며 갖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린이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 시인 박종현! 도봉산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 시인 박종현! 그를 그리워하는 이 땅의 아동문학가들이 추모 문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귀하! 나, 박종현》.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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