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 해양

해양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넓고 크다. 그만큼 기후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닷물이 증발하여 구름을 형성하고 비가 내려 바닷물로 돌아가는 일상적인 강수 현상부터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까지 해양ㆍ대기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인류는 현재까지 쌓아 온 지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양ㆍ대기 상호작용을 밝혀내고, 미래에 다가올 기후 변화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해양 조건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2019년 IPCC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지구온난화 속도가 2배가량 빨라졌으며, 1982년 이후 고수온 빈도 역시 약 2배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최근 50년간 수온이 약 1.1도 상승했으며 이는 전 세계 상승 수준의 2.2배에 달한다. 우리 해양의 변화가 전 지구적 변화보다 더욱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해양의 변화에 따른 심각성을 인지,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올해 ‘세계 기상의 날’ 주제를 <해양, 우리의 기후 그리고 날씨>로 선정했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3월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후와 날씨, 물 등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전 세계인들에게 기상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정책목표를 ‘기후탄력사회를 위한 기상기후서비스 도약’으로 삼고, 그 일환으로 해양 관측망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인천 덕적도에 제2 해양기상기지 구축을 진행 중이다. 서해 상에서 다가오는 위험기상에 선제로 대응하고자 지상기상관측 장비, 자동고측기상관측장비 등을 설치하고 생산된 관측 자료를 수도권ㆍ충남 등 인접 지역의 위험기상 예측에 활용할 예정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극심한 피해를 일으키는 기상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역대 최장 장마도 해양 조건의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변화하는 지구 시스템에서 날씨와 기후의 변화를 추적하려면 해양 관측 자료 관측망을 보다 조밀하게 구성하고 전 세계와 관측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해양 관련 정보를 차곡차곡 축적해 나가야 한다.

해양은 인간이 발생시킨 환경오염의 변화를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도 먼저 느끼고 있었다. 해양은 뜨거워진 지구의 열기를 제 속으로 고요히 흡수시켰으며, 얼어 있던 빙하와 만년설을 녹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글부글 끓어오를 듯 대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에 폭설과 폭우, 가뭄 등 일상을 위협하는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견디기 어려웠을 해양을 위해, 또 우리의 소중한 날씨를 위해 다 함께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해본다.

박광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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