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시는 지분 57.4%를 출자해 A관광개발공사를 설립했고, 공사는 B리조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A시는 C회사의 주식 1.2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B리조트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C회사에 리조트 운영자금을 기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C회사의 이사들은 이사회의 의결(출석이사 12명 중 찬성 7인, 반대 3인, 기권 2인)을 통해 150억원을 A시에 기부하기로 결의했고 실제로 기부가 이뤄졌다. 이후 공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한다. 그러나 회사는 사회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공존하는 존재이므로, 극단적 이윤 추구에만 함몰되지 말고 공익에 기여하는 활동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기업의 사회적 책임론,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회사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부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기부행위는 그 본질적 속성(기부는 그 자체로 회사의 재산을 외부에 유출해 회사의 재정에 손실을 초래함)으로 인해 제한 없이 허용될 수 없다.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기부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합리성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회사의 임원(이사)들은 기부를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만일 이 과정에 오류가 있다면 기부에 찬성한 이사들은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법원(2019년 5월16일 선고 2016다260455 판결)에 따르면 이사들이 기부행위를 결의하면서 ‘기부금의 성격, 기부행위가 그 회사의 설립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그 회사 재정상황에 비춰 본 기부금 액수의 상당성, 그 회사와 기부 상대방의 관계 등’에 관해 합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결의에 찬성한 행위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대법원은, 위 사건의 이사회 결의는 폐광지역의 경제 진흥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 및 주민의 생활향상이라는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고 그에 따른 기부 액수도 C회사의 재무상태에 비춰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이 결의에 따른 기부행위가 폐광지역 전체의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정도와 C회사에 주는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춰 공익 달성에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으며, 이사회에서 결의할 때 이러한 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 기부 안건에 찬성한 7인의 이사들은 C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반대한 이사와 기권한 이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함)
이처럼 회사의 기부행위는 그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허용되는 것이 결코 아니므로,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임원들은 관련 사안에 대해 매우 치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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