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된다는 걸 몰랐다면, 누가 봐도 가치 없어 보이는 이런 땅을 도대체 왜 사겠습니까”
광명ㆍ시흥 공무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투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해당 공무원들이 구매한 토지는 오랜 기간 관리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사실상 가치가 없는 땅으로, 이들이 관련 정보를 입수 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1일 찾은 광명 광명동 목감천 인근. 땅 투기 지역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곳은 관리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방치된 듯한 흔적이 보였다.
광명시 환경사업소 뒤편으로 길게 뻗은 산책로 옆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수년은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컨테이너가 하나 놓여 있었다. 외부는 철거업체들의 홍보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었으며, 한편에 위치한 전력량계는 사용전력이 0㎾로 표기돼 있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 틈으로 보이는 내부는 폐 전선과 주차콘 등이 널브러져 있어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시흥시 소속 5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0월 경매를 통해 제방으로 분류된 이곳 91㎡를 매입했다. 제방은 공작물로, 토지보상 시 별도 평가 대상이 된다. A씨의 토지 매입이 땅 투기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날, 이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모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산책로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보상이 된다는 것을 몰랐다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뜬금없는 곳에 땅을 사겠냐”며 “누가 봐도 (개발 예정지임을) 다 알고 산 거 아니겠냐”고 분개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같은 날 광명시 노온사동의 한 밭. 수개월간 관리한 흔적이 없는 이 밭에는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두 동과 폐비닐 등이 방치돼 있었다. 토지는 척박했으며 오래전 기른 것으로 보이는 작물들은 메마른 채 흩뿌려져 있었다.
이 토지는 광명시 소속 6급 공무원 B씨가 소유한 토지로, 그는 지난해 7월 1천322㎡를 등기부상 주소가 같은 1명과 공동명의로 7억5천만원에 매입했다. B씨는 “시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이지 투기 목적은 전혀 없었다”며 “감사 결과에 맡기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구매시기와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 의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공기업이 신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등 관련 공무원들과 협의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러한 정보를 입수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상규정을 잘 알고 있는 공직자들이 투기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주ㆍ김형수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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