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 따돌림 사건이 발생해 피해학생 어머니가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해 학교폭력이 있었음을 전제로 가해학생(이하 갑)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보복행위금지 등을 명하는 의결을 했다. 그 후 피해학생의 어머니는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 프로필 상태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주먹 모양의 그림말 세 개를 게시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상태메시지를 게시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가? 원심은 상태메시지를 게시함으로써 갑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 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상태메시지에는 그 표현의 기초가 되는 사실 관계가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는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에 죄지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인 범(犯)을 덧붙인 것으로서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을 통칭하는 표현인데, 학교폭력범 자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하지 않았다는 점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위 등을 고려하면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여 실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접촉금지라는 어휘는 통상적으로 접촉하지 말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갑은 피해학생과 접촉해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이 갑과 같은 반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에게 알려졌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는 사정을 종합해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위 상태메시지를 통해 갑의 학교폭력 사건이나 그 사건으로 갑이 받은 조치에 대해 기재함으로써 갑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고 최근 들어 인터넷 등의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진 표현이 예전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도 무한한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인격을 부당하게 모독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법률로서 규제되고 있으므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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