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러, 보고 받고, 지휘까지
국토부 수사 대상인데 부적절
경찰 처신도 새 위상에 안 맞아
경찰이 알아서 살핀 권력의 심기다. 당초 사건 배정은 경기남부경찰청이었다. 시민단체 고발의 관할이 시흥이었다. 그러다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노 이후다. 연이틀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그러자 다시 국수본으로 옮겼다. 밑에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청와대까지 다 조사하라’는 대통령 노기. 그 불편한 심기를 알아서 살핀 결과다. 그사이 3~4일이 후딱 지났다. 수사는 하나도 못했다. 투기꾼 소환도, 압수수색도 없었다.
다음엔 총리의 수사 지시가 시작된다. 국가수사본부장을 집무실로 불렀다.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 받았다. 수사 조직도 꾸려줬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들어가라고 했다. 먼저 만든 수사단이 애매해졌다. 수사할 내용도 일러줬다. 차명거래까지 철저히 뒤지라고 했다. 조사할 자금 흐름의 기준을 2천만원까지라고 정해줬다. 경찰이 그제야 강제 수사를 시작했다. 권력ㆍ정부에 의한 수사 지휘를 다 받고서다.
내 눈에만 ‘큰 일 날 일’로 보였나. 정치도, 언론도 별 지적은 없다. 다들 방역 본부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건 질병 막는 조직이다. 당연히 수사ㆍ행정이 함께 간다. 그런데 이건 부패 수사다. 수사하는 쪽과 수사받는 쪽이 다르다. 하는 쪽이 경찰이고 받는 쪽은 전부다. 그 전부에 국토부가 있고 국토부는 정부 소속이다. 그 정부의 대표자가 총리다. 그런 총리가 수사를 지휘한다. 경찰 수사권 강화인가 정부 지휘권 강화인가.
더구나 이게 어떤 수사인가. 정치인이 줄줄이 엮여 있다. 현직 시의원 딸이 나왔다. 알박기를 했다. 현직 도의원 투기설도 있다. 자치단체장 연루설도 나돈다. 누구는 서둘러 탈당했다. 당에 부담 안 준다는데. 그래도 수사해야 하고 처벌해야 한다. 공교롭게 총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정치인이 수사받게 될 수사를, 민주당 소속 총리가 지휘하는 셈이다. 고생해서 밝힌들,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어줄 거 같지 않다.
야당은 벌써부터 한 자락 깔아놨다.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한다. 이 주장의 노림수는 뻔하다. ‘여당 정치인 봐준 수사’라고 하려는 거다. ‘여권에 유리하게 만든 수사’라고 하려는 거다. 그래서 ‘경찰은 안 된다’고 던져놓는 것이다. 총리가, 그리고 경찰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계속 빌미를 준다. 총리가 수사 지휘했다고 뿌리더니 ‘격노했다’며 포장까지 한다. 경찰은 지시 듣고 보고까지 끝대고야 움직인다.
경찰이 아주 싫어할 얘기하나 하겠다. 검찰은 이러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사건 배당 바꾸지 않았다. 서류 들고 가 보고 하지 않았다. 총리도 이러지 못했다. 총장 불러 보고하라고 못했다. 총장에 수사 방향 주지 못했다. 유명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란 논란이 그거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을 향해 했던 발언이다. 정답을 떠나 그런 게 수사기관의 의지다. 누구 지휘도 받지 않겠다는 배짱이다. 경찰에 그게 없다.
하나의 거악(巨惡)을 찾는 수사라면, 그건 검찰 몫이다. 넓은 판을 훑어 나가는 수사라면, 그건 경찰 몫이다. 신도시를 뒤지겠다는 수사다. 경찰이 맡는 게 옳다. 여기에 경찰이 갖는 시대적 사명도 있다.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이다. 원년에 보여줘야 할 능력이다. 경찰이 잘할 수 있다. 잘하길 바란다. 총리도 그날 강조했다. “경찰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서 아이러니다. 그런 총리가 왜 오해받을 수사 지휘를 하고 있나.
검경수사권이 조정. 70여년만의 제도 변화다. 이 역사적 변화를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정부는 여전히 지시하려 한다. ‘박정희 내무부’처럼…. 경찰은 여전히 눈치 보려 한다. ‘이승만 경무국’처럼….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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