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에이스’ 김한별(35)이 포스트 시즌 진가를 발휘하며 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7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서 김한별이 30득점(6리바운드ㆍ2스틸) 활약을 펼치며 청주 KB를 76대71로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정규리그 4위인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PO)에서 1위인 아산 우리은행에 첫 경기를 내준 뒤 내리 두 경기를 따내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데 이어 챔프전서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가 이끄는 2위 KB를 제압해 주위의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김한별은 1쿼터 초반부터 3점 슛 3개를 터뜨리면서 맹활약했다. 수비서도 팀 동료인 배혜윤과 호흡을 맞춰 박지수를 꽁꽁 묶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 후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김)한별이가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한별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2009년 삼성생명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듬해 곧바로 신인왕을 차지할 정도로 왕성한 기량을 선보였고, 2011년 12월 스포츠 우수인재 자격으로 특별 귀화한 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한 때 한국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잠시 시즌을 쉰 김한별은 2015~2016시즌 삼성생명에 복귀한 뒤 ‘원 클럽맨’으로서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김한별의 장점은 178㎝인 신장보다 더 큰 팔길이(190㎝)다. 여기에 힘과 농구 감각, 슈팅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지능형 플레이어’라는 평을 받는다.
그런 그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삼성생명에서만 11시즌을 뛰었음에도 준우승만 세 차례 경험했을 뿐 우승은 없었다. 삼성생명의 마지막 우승은 2006년 여름리그다.
이에 대해 김한별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다. 올 시즌 우승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생명이 이번 챔프전에서 우승할 경우 여자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4위가 챔피언에 등극하는 신화를 쓰게 된다. 또 정규리그서 14승 16패를 기록했었기에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 챔피언’이라는 진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챔프전 2차전은 9일 용인에서 열린다. 정규리그의 부진을 말끔히 벗어낸 삼성생명이 김한별의 활약에 힘입어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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