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내준 V리그 흥국생명, ‘플랜 B’ 없인 우승 힘들다

이재영ㆍ다영 자매 전력 이탈 후 전력 급락…대안마련 없이 우승 요원

인천 흥국생명. 경기일보DB
인천 흥국생명. 경기일보DB

‘절대 1강’으로 꼽히던 여자 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이 정규시즌 막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국가대표 쌍둥이 이재영ㆍ다영 자매가 전력에서 이탈한 탓이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28일 V리그 1위 자리를 놓고 펼쳐진 2위 서울 GS칼텍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서 1대3으로 패했다. GS칼텍스와 승점, 승수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뒤져 선두를 내줬다.

시즌 개막 전부터 이재영ㆍ다영 자매와 ‘월드스타’ 김연경의 합류로 ‘어우흥(어짜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흥국생명은 개막 후 4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하며 독주 채비를 구축, 1위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루시아의 부상과 이재영ㆍ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논란으로 무기한 출장정지를 받으면서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시즌 첫 4연패를 당하는 등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의 공백을 레프트 김미연과 세터 김다솔로 메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김미연은 팀 공격의 핵인 이재영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세터 김다솔도 이다영 만큼의 정교함과 다양한 볼배급을 보이지 못했다.

여기에 대체 외국인 선수인 브루나 마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서 김연경 혼자 고군분투하는 흥국생명이 1위 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6라운드 잔여 경기와 포스트 시즌에도 ‘플랜 B’가 없다는 점이다. 주전과 백업선수 간의 격차가 너무 커 갑작스럽게 선발로 나서는 비주전 선수들이 코트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더욱이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빼앗은 GS칼텍스의 전력이 견고해 남은 정규시즌은 물론, 봄 배구에서도 상대를 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개막부터 5라운드 전까지 흥국생명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커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불안요소를 늘 갖고 있었다”라며 “안타깝게도 주전들의 공백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흥국생명이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나란히 3경기 씩을 남겨놓은 가운데 상대할 팀들이나 분위기 등에서 GS칼텍스가 다소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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