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용두사미 같았던 한 해를 보낸 원인이 체력 문제라고 판단해 겨울 내내 문제점 해결에 몰두했습니다.”
19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스프링캠프가 열린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좌완투수 김정빈(27)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며 올 시즌 각오를 밝혔다.
김정빈은 지난해 프로입단 7년만에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시즌 성적은 57경기에 등판해 47.1이닝 평균자책점 5.13으로 평범했지만 임팩트만큼은 여느 신인투수 못지 않았다.
시즌 초반 2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미스터 제로’라는 찬사를 들으며 소형준(KT), 이민호(LG)와 함께 신인왕 후보 선두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전반기 30.2이닝 평균자책점 3.52로 준수했던 성적이 후반기 16.2이닝 평균자책점 8.10으로 무너졌다. 풀타임 1년차 투수에게 우려된 체력문제와 경험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난 후반기였다.
김정빈은 “시즌 초반에는 공에 힘이 있다보니 타자를 쉽게 상대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문제로 제구가 흔들렸고 볼넷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라며 “주 무기인 체인지업이 효과적이었지만 이전부터 슬라이더가 날카롭지 않았다보니 좌타자 상대 피출루가 많아진 게 부진의 원인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그의 말을 방증하듯 ‘필살기’인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0.029에 불과했다. 좌타자인 박해민(삼성)을 상대로도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위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좌투수가 좌타자를 잡아내기 위해 필요한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86로 지난해 그가 구사한 구종 중 가장 높았다.
이에 올해는 슬라이더를 가다듬는 건 물론, 지난해 구사율이 0.5%에 불과했던 커브 구사율을 높일 예정이다. 현재 르위키, 폰트, 문승원, 박종훈으로 구성된 팀 선발진에 좌완투수가 없어 김원형 감독도 김정빈의 선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만큼 구종 추가와 제구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겪은 체력문제를 해결하고자 겨울 동안 ‘등산삼매경’에 빠졌다. 당초 런닝과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등산 비중을 늘려 체력 관리에 올인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이전에는 무거운 무게로 짧은 시간 운동했지만 올해는 가벼운 무게로 자주, 오랫동안 해오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빈은 “아직까지 나만의 주 무기, 스타일을 갖추지 못했다보니 지난 시즌 남들에게 조언을 자주 구하고 변화를 많이 시도했는데 이게 역효과로 작용한 것 같다”라며 “올해는 질문을 많이하기 보다는 나 혼자서 문제 해결책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원형 감독님께서 투구시 고개가 들리며 오른쪽 어깨도 흔들린다는 점을 지적해주셔서 이를 고치는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제구와 좌타자 상대 문제도 극복해 모든 타자와의 승부를 4구 안에 보는 투구로 찾아뵙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제주=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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