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베테랑 투수 부활 비결...“피칭 디자인 자료 기반 생각의 변화”

▲ KT 위즈 로고. KT 위즈 제공

프로야구 KT 위즈가 최근 몇 년 사이 베테랑 불펜투수를 부활시킨 비법으로 ‘피칭 디자인’이 지목됐다.

피칭 디자인은 투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수, 각도, 구속, 수직ㆍ수평 움직임을 종합 측정해 투구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KT는 타 팀에서 전력 외로 분류된 베테랑 불펜투수 이보근, 전유수, 유원상(이상 35)을 부활시켜 프로야구계의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KT의 전략은 ‘선발투수는 육성, 불펜투수는 외부 투수의 개조 활용’이라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방식과도 유사해 눈길을 모았다.

지난 5일 KT의 1군 스프링캠프가 열린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만난 이강철 KT 감독(55)은 “최근 메이저리그만 봐도 2~3년 연속으로 활약을 이어나가는 불펜투수가 많지 않다”라는 점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펜투수의 꾸준한 활약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불펜투수의 양질 확보를 통해 영입한 베테랑들이 KT에서 부활찬가를 노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원동력인 피칭 디자인의 최대 수혜자는 유원상과 전유수였다.

이 감독은 “전통적으로 아시아 야구에서 투수들은 낮게 던지라는 말을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높은 공은 금기시 됐다”라며 “다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높은 속구가 유행하고 있는만큼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갖춘 (유)원상이에게 높은 속구로 파울을 유도하게 했는데 그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높은 속구를 바탕으로 재수립한 투구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유원상의 지난 시즌 성적은 62경기 64이닝 평균자책점 3.80으로 직전 5년간 136.1이닝 평균자책점 6.01과 비교하면 ‘환골탈태’한 수치다.

지난 2019년 팀에 합류한 전유수도 피칭 디자인에 입각해 전통적인 속구인 ‘포심 패스트볼’을 버리고 우타자 몸 쪽을 파고드는 ‘투심 패스트볼’, 우타자 밖으로 달아나는 ‘컷 패스트볼’을 장착해 반등에 성공했다. KT 입단 전까지 포심 구사율이 60%에 달했던 전유수는 재작년과 지난해 포심 구사율을 1.8%, 1.7%까지 낮춘 극단적인 변형 패스트볼 구사율을 보였다.

이 감독은 “외부에서 베테랑 불펜투수를 영입할 때 구위와 결정구를 보고 데려온다”라며 “투구의 로케이션(위치)와 구종 구사보다는 투수의 생각을 바꾸는데 초점을 뒀는데 전유수와 유원상의 경우 과감하게 포심과 낮은 공을 포기한 게 반등의 원인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새로 입단한 베테랑 불펜투수 안영명(37)과 박시영(32)도 피칭 디자인을 통한 투구 개조에 나선다. 내부에서는 안영명이 재작년 투심 위주의 투구를 보였지만 지난해 포심으로 회귀한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박시영도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결정구가 있는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박승민 투수코치(44)가 피칭 디자인 분석 능력에 일가견이 있어 팀 투수들이 믿고 의지하고 있다”라며 “피칭 디자인을 통해 성적은 물론 젊은 선발투수와 베테랑 불펜투수의 신구조화를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부산=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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