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국가ㆍ도 지정 문화재가 관리 부실로 훼손되고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묘지나 건축물 등 개방형 구조의 문화재는 창호지가 뜯겨 있거나 외부인 침입 흔적이 발견되는 등 훼손 정도가 심각했다.
2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내 953개소(국가지정 123개소ㆍ도지정 391개소 등)의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 돌봄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당 사업에 배치된 관리 인원은 55명으로 1인당 17개가 넘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인들이 담당한 지역이 광범위하고 담당 문화재가 많아 2주에 한번 꼴로 점검하고 있었다.
이천시 백사면의 김좌근 고택(경기도민속문화재 제12호)은 외부인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담장이 아예 없어 출입이 가능했다. 행랑채 곳곳에는 발자국이 찍힌 것도 모자라 문마저 활짝 열려 있었다. 고택 내부에는 가마솥과 항아리 뚜껑이 열려진 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전시돼 있었다.
또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정수영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125호)은 불과 20여m 떨어진 민가에서 드럼통에 옷을 태우는 등 불을 피우고 있었다. 초가집 형태의 개방형 고택이라 바람에 불씨가 옮겨질 경우 건물이 모두 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대청마루 위에 출입을 금하는 출입통제선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등 외부인 출입이 상시 가능했다. 언덕 너머 정시영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124호)도 창호지가 뜯긴 채로 널브러져 있었고 깨진 창문도 쉽게 발견됐다.
또 광주시 초월읍의 허난설헌묘(경기도기념물 제90호)는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문화재 관리자의 통제없이 인부 10여명이 투입돼 배수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더욱이 묘와 불과 10여m 떨어진 주차장에 포클레인과 전장 5m가 넘는 트레일러는 수시로 드나들면서 벽돌로 쌓여진 담장의 훼손이 우려됐다. 특히 허난설헌묘는 문화재 돌봄사업의 관리 대상 문화재였지만 도는 공사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염상균 경기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도민들의 의식이 뛰어나 문화재가 보존되고 있는 것이지, 관리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외지에 있는 묘지나 건축물 같은 문화재는 도굴이나 도난에 취약한 만큼 보다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일부 관리 미흡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문화재는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적받은 부분을 참고해 외지에 있는 문화재들을 전수조사하겠다”라고 밝혔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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