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간으로 다시 만나는 작가 박완서, 로알드 달

▲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故 박완서와 로알드 달의 작품이 재단장돼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는 박완서 10주기 맞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를 22일 재출간 한다.

‘국민 작가’인 박완서는 가족 구조의 변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사회적 양상으로 파악한 여성 작가다. 그의 소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일상적인 삶을 다듬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영원한 현역’이기도 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생전에 박완서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 모두 출간된 지 2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책은 자유롭게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완성한 작가를 형상화한 듯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모티프로 재탄생했다. 책은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책으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려냈다.

작가는 책 속에서 가족생활을 통해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산천의 모습, 생활, 인심 등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일제 치하에서 보낸 1940년대 학창시절과 6ㆍ25전쟁과 함께 스무 살을 맞이한 1950년대를 통해 한국 현대사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값 1만3천원.

출판사 교유서가는 로알드 달의 타계 30주기를 맞아 그의 단편 25편을 묶은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를 재출간했다. 단편 모음집은 <맛>, <클로드의 개>, <헨리 슈거> 세 권으로 구성됐다.

이야기꾼의 왕이라고 불리는 로알드 달은 2차 세계대전 시 전투기 조종사로 격은 전장의 경험을 담은 단편소설들을 발표하면서 기발한 솜씨로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작가는 자신이 겪은 수많은 굴곡과 환희를 작품 속 인물과 사건 곳곳에 녹여냈다.

▲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번 소설들은 정신의 나약하고 사악한 면을 탐구해 의외의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그의 사악함이 가장 빛나는 걸작선이라는 평을 받았다.

포도주의 이름과 생산연도를 맞히는 내기에 딸의 인생을 거는 남자 이야기 <맛>과 패자의 새끼손가락을 수집하는 도박꾼의 이야기 <남쪽남자>에서는 내기로 인생을 채워나가는 우스꽝스러움과 공허함을 담아냈다.

연작으로 이뤄진 <클로드의 개>에서는 꼼수를 부리지만 어설프고 모자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이 나지만 공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 <윌리엄과 메리>, <천국으로 가는 길>,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에선 남편의 부당한 대우와 억압에 짓눌렸던 아내들이 우연한 계기로 되갚는 이야기를 하며 로알드 달이 가지고 있던 여성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로알드 달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재치와 무한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다가 급격하게 잘라버리며 결말을 낸다. 독자들은 책으로 또 한 번의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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