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인회 명예회장 이오장 시인 '상여소리' 출간

상여소리

산자를 위로하고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마지막 의식의 노래 ‘상여소리’

이 상여소리를 빌어 세상의 모순을 지적하고 한탄한 시집이 나왔다.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으로 시 문학 발전을 이끌어온 이오장 시인의 ‘상여소리’(스타북스)다.

민초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다가 지쳐 넘어지고 쓰러져도 상처를 어루만질 새도 없이 또 다른 생채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곡소리가 날 정도로 어렵다. 이 시는 현 세태에 일침을 가한다. 망자의 한을 달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며 세상을 향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는데 권선징악의 가르침과 위선자를 나무라며 정치를 비판하는 등 그 시대의 희로애락 사연이 총망된다.

이 시인은 우리 전례의 상엿소리에 현시대상황을 질타하며 정치와 경제, 인간사 희로애락을 담았다. ‘어-노 어-노 어나리 넘자 어 -노’ 후렴에 맞춰 선소리를 불러가는 요령꾼이 장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읊어가는 모습을 세세하게 재현하여 장장 1천900행이 넘는 장편 서사시로 엮었다.

▲ 이오장
이오장

‘먹는 입에서 욕도 나온다’ ‘꽃잎 세던 손이 낙엽도 센다’ ‘높은 곳에서 날면 낮은 곳에 떨어진다’ ‘올려다본 산이 더 높다’ ‘가지 없는 나무 바람을 모른다’ 등등 얼핏 들어보면 알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은 말을 편편이 동원하여 무의식적인 교훈을 주는 것과 현 정치상황의 혼란을 나무라며 직접적인 언어로 정치인을 나무라기도 한다.

‘달아달아 밝은달아 장관들이 놀던 달아 방아찧어 만든떡을 장관들만 주지말고 쳐다보는 국민입에 떡고물을 뿌려다오… 장관 입에 맹물주고 국민 입에 떡을 주오’라며 일부 정치인에 몰려있는 부귀영화를 비판하고 정치인이 가져야 할 도덕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등 현실 참여도 한다.

그동안 정치인을 비평하는 “꽃구름 탔더니 먹구름. 나룻배 탔더니 조각배”와 독립지사의 입을 빌어 현 시국을 질타한 “이게 나라냐”의 시집을 출간하여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이 시인이 전례 되어오는 상여소리를 통해 사람답게 살 것과 국민을 위한 정치에 온 힘을 다하라는 충고를 거듭하고 있다. 시가 시대를 가르칠 수는 없어도 그 시대의 오점을 지적하여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자극을 줄 수는 있어 주목된다.

이오장 시인은 “상여가 동원되는 장례에 요령잡이는 망자와 산자의 중간역할로 슬픔과 웃음, 고뇌와 고통을 노래로 승화시켰고 민초들이 함부로 애기하지 못하는 사정을 상여소리로 풀어냈다”면서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장례문화를 되새겨보며 이 시대의 비극적인 모순에 대한 한탄을 곡소리로 대신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부천=오세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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