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자유시를 병행하며 ‘생활 시인’이라 불리는 방극률 시인이 최근 열 번째 시집 <잔서골 뻐꾹새는 새참을 알린다>를 펴냈다. 시집에는 어릴 적 고향의 추억부터 이순의 나이에 뒤돌아 본 삶,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현재 등이 다양하게 담겼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를 끝으로 정년을 맞아 그동안 써 놓아 애착으로 삼은 시조 작품과 자유시 작품을 한데 모아 열 번째 시집으로 출간했다”며 “어릴 적 추억을 바탕으로 현시대까지 다양하게 풀어놓은 시집”이라고 밝혔다.
<잔서골 뻐국새는 새참을 알린다>에는 서정시 58편과 시조 67편이 실렸다. 방 시인은 10대 시절에 고향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잔잔하게 그려내며 추억으로 순간 이동한다.
『맑아야 한다/ 불타야 한다// 신문에 발표된 글은/ 살짝 옮겨 놓은 글이 없어야 한다/ 불구의 글이 없어야 한다// 말에도 글에도 생수가 필요하다….』 ‘시인이 많은 나라에서는’에서 시인의 자부심과 신념을 밝힌다. 또 일상의 언어들로 가슴 저미는 잔잔한 감동과 때론 가슴 시린 저릿함을 그만의 방식으로 전한다.
그는 현재 경기시조시인이기도 하면서 자유시인이기도 하다.
1984년 당시 입사한 기업체의 사보에 투고한 글이 주목받으며 고정 게재를 하게 된 그는 이후 수원문인협회에서 활동하던 박효선 시인을 우연히 만나 문단의 길에 들어섰다. 방 시인은 “수원문인협회 활동을 하며 경기시조 시인으로 활동하던 선생님들 만나 경기시조에도 등단하게 됐다”며 “경기시조는 경기시조만의 매력이 있고, 계승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경기시조시인협회에서 진행하는 백일장대회에 정조대왕 시조대상을 신설할 예정이다. 사무실도 마련하고 활동을 확대해 협회외연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수원문인협회에서도 활동하며 문협 발전에 힘을 쏟는다. 지난해에는 재정이 어려운 협회에 1천만원을 수원문협 발전기금으로 선뜻 냈다. 그는 “앞으로 경기도와 수원의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한 활동에 힘을 쏟고 싶다”면서 “경기도 수원은 문학 활동을 하는 인구 수는 적어도, 예술 창작열은 굉장히 뛰어난 곳”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시인으로서 그동안의 삶을 얘기해달라는 질문에도 별거 없다는 듯, 쑥스럽다는 듯 시집만 내밀었다. “철부지 학생처럼 남아서 주변의 기침을 듣고서 느끼는 것, 경험하는 것들을 한몫 챙겼다는 희열로 이 시란 놈을 붙들고 살려한다….” 시집에 적힌 ‘시인의 말’을 통해 시를 대하는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정년 퇴임 기념집인 열번째 시집이, 시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기념집으로도 읽히는 이유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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