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상품으로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면 이제 남은 건 판매다. 문제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 가다. 대기업이라면 기존 판로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한 중소기업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다. 지난 1995년 12월 21일 설립돼 25년 넘도록 중소벤처기업들의 판로를 지원하고 공정하고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백화점, 정책매장과 같은 오프라인과 홈쇼핑 등의 온라인은 물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여 우수중소기업 제품의 민간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기관을 2년째 이끌고 있는 이가 있다. 지난 2019년 1월 11일 취임한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다. 지난 2년간 대내외적인 경영혁신과 조직혁신으로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판로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조직의 기틀을 마련했다. 소상공인 판로지원의 적극적 확대와 디지털 전환, 동반성장몰, 브랜드K, 대한민국 동행세일, 공공구매지원센터 개소 등 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굵직한 신규 판로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불과 2년동안 거둔 성과가 이 정도라면 1년의 남은 임기 동안 그가 또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판로전문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
정진수 대표가 취임 직후 실시한 건 바로 경영실적 개선과 조직 개편이었다. 우선 공익과 수익을 추구해야하는 자립형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의 경영실적을 개선하고자 출자회사 출자 시 차입한 자금에 대한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방법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했다. 판로지원체계를 고도화하고 원활한 공적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조직 및 정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조직을 기존 3본부 7실 3단 24팀에서 소상공인디지털본부를 확대 개편하는 등 4본부 10실 3단 1센터 36팀으로 개편했다. 정원도 기존 214명에서 267명으로 늘렸다. 특히 온오프라인 연계 판매 및 관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유통채널간 연계 사업팀(O2O사업팀)을 신설했다. 대외협력실도 마련했다.
조직 재정비를 마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섰다. 먼저 한국판 뉴딜정책의 일환인 소상공인 유통채널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혁신적 판로역량 제고에 기여한 점이 두드러진다. 언택트 시대의 소비 트렌드에 따라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판로모델을 빠르게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 라이브커머스는 인플루언서가 인터넷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방송하면 소비자들은 영상을 시청하면서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의 유통플랫폼이다. 지난해 5월 첫 시범 방송을 마쳤으며 9월부터 '가치삽시다' 미디어플랫폼과 민간채널과의 연계를 통해 '가치Day' 고정 방송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판로지원을 다각화한 부분도 눈에 띈다.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 중 정부가 기술과 품질을 인증하는 국가 공동브랜드인 '브랜드K'를 런칭해 국내외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브랜드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 2기로 나눠 133개 업체를 선정했고, 판로 지원을 다각화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제품 선정 과정에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단의 투명한 심사와 평가현장 라이브 방송, 대국민 온라인 투표(평가 미반영, 붐업 이벤트성)를 병행해 국민과 함께 만드는 브랜드K로써의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성을 확보했다.
'동반성장몰'을 통해 온라인 판로 확대의 첨병 역할을 하기도 했다. 동반성장몰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우수 제품 판로 확대와 이용 임직원의 복지 향상 등 대·중소 상생 지원을 위한 폐쇄형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사도 121개로 대폭 확대했다. 2019년 10월에는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활성화와 판로 촉진을 위해 대전에 공공구매지원센터를 개소해 기술개발 제품 시범구매제도, 성능인증제도, 공공조달 상생협력지원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를 토대로 중소기업 제품의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과 상생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수 살리고 중소기업도 살리고
정진수 대표 체제의 중소기업유통센터는 판로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내수가 살아야 중소기업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전국적 내수 소비 촉진 행사인 '라이브커머스 in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주관자로서 전방위적인 온오프라인 판촉행사를 전개했다. 정진수 대표는 지난해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가치삽시다' 라이브 커머스에서 '명태무침 물냉면'을 판매해 완판행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체험관과 16개 민간 온라인몰과 연계한 O2O 방식의 새로운 페스티벌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12월에는 삼청동 일대에서 진행된 '메리 K-마스 라이브 마켓' 행사에 O2O판매, VR스토어, 정책홍보관 등 비대면 부스 운영 및 라이브커머스, 홈쇼핑 특별판매 방송을 진행해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내수 진작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메리 K-마스, 라이브마켓'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중기부가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하는 쇼핑행사로, 중소기업유통센터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행사 첫 이틀간 매출 118억 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19로 힘들었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피해복구지원반을 운영했다. 전국적으로 마스크가 고갈됐던 지난 2월 오프라인으로는 유일하게 공적마스크판매처로 지정돼 대국민 공적마스크 판매로 국민들과 중소기업에 희망을 선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임원 급여 반납으로 관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도 했다. 특히 임원 급여 반납 당시 정진수 대표는 4개월간 월 급여의 30%를, 감사 및 상임이사 3명은 4개월간 월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장·차관급 공무원이 급여를 반납하기로 한 것에 동참한다는 취지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중소기업유통센터 임원들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판로지원전문 공공기관 역할의 고도화
정진수 대표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이룩한 성과 덕분에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올해 약 1천150억 원의 정부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바탕으로 2021년도에도 정책 사업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통해 판로예산 범위, 사업범위 등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성장을 도모해 중소벤처기업 판로지원전문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가치삽시다' 플랫폼의 고도화, 클라우드 기반의 신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구축, 구독경제화 모델 도입, 스마트 플래그쉽 스토어 구축 등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사업의 내실화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사용자와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백화점, 홈쇼핑 등 중소기업유통센터의 고유 지원채널도 온라인, 비대면 중심의 소비트렌드에 발맞추어 O2O모델을 지속 발굴하고, 브랜드라이센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는 "최근 2년간 우리 기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여 성장의 토대를 구축해왔고, 금년도에는 중소·소상공인의 판로지원 선도기관으로서 높은 책임감과 역량을 결집해 뉴노멀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보유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안정적인 유통망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재개를 돕겠다"고 밝혔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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