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계곡 입수 이어 산타복장 선물 나눠주고, 100일 10㎏ 감량 약속도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2020-2021시즌부터 남자 프로배구 의정부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은 이상렬(54) 감독이 선수단과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잇따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어 화제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1일 산타클로스로 변신한 이 감독이 의정부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치고 퇴근하는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는 영상을 성탄절인 25일 공개했다.
이 감독에게 뜻깊은 성탄 선물을 받은 K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수원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승리했고, 분위기를 이어 나흘 뒤 안산 OK금융그룹 마저 꺾으면서 3연패 뒤 2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배구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 이래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한 KB손해보험이 이번 시즌 개막 이후 계속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19세 말리 폭격기’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의 활약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 이 감독의 ‘다가가는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이 감독은 지난 4월 취임 당시 “선수 시절 뛰던 친정팀에서 첫 프로 감독을 맡게 돼 영광이다.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서 스스로 문제점을 생각하고 찾아 자신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라며 “선수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배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었다.
취임 당시부터 선수단과의 ‘소통’을 강조한 이 감독은 지난 12일 인천 대한항공에 패해 연패를 당한 뒤 기자회견에서 ‘강원도 인제에서 얼음 깨고 입수하면 팀 분위기가 달라질까요’라고 언급한 바 있다. 농담으로 여겨졌던 그의 말은 진심이었고, 다음날 이 감독은 추운 날씨 속에 직접 강원도 인제의 한 계곡을 찾아 입수했다.
패배 의식을 떨치고, 계속 잘하라는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차가운 계곡 물에 몸을 던진 이 감독의 각오는 KB손해보험 선수단의 마음을 움직였고,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이 감독의 메시지에 승리로 보답했다.
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이 감독은 최근 입수에 이어 ‘100일 내 체중 10㎏ 감량 공약’을 들고 나서 선수단을 독려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이 감독의 기를 받은 KB손해보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어떤 경기력으로 화답해 나갈지 기대가 된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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