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기적

언제부터였던가 따뜻한 봄날에 꽃나무 아래에서 반복했던 약속들이 하얀색이 됐다. 그리고 모진 비바람 속을 헤치며 깃을 세워 움켜잡고 지나며 다짐했던 생각들조차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또, 단풍이 노을처럼 빨갛게 물든 것을 보며 취한 행동들은 다시 볼 수도 없게 되어 가고 있다. 오늘 필자는 겨울을 상징하는 하얀 눈을 맞으며 오래된 나무 아래 홀로 서서 기적(奇蹟)을 소원해 본다.

요즘 같은 어려운 때 기적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해야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날까. 기적은 언제 나타날까. 필자에게 기적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떻게 할까. 왜 지치고 힘이 들 땐 더 기적을 바라는 걸까.

특별한 12월, 특별한 기적을 선물로 받고 싶다. 기적을 각기 다른 어떤 문화나 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 기적적인 상황에 대해 찾을 수 있도록 종교나 문화가 가지는 특징을 내세우기도 한다. 기적은 인간의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상식으로 생각할 수조차 없지만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기적은 증명할 수 없으며, 신(神)에 의해 행해졌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일 뿐임을 알면서도 필자가 기적을 바라는 것은 아직도 필자의 몸에 어린아이처럼 순수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성탄절에 오실 산타 할아버지께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 2021년 1월9일에 오신다는 유머가 우습게 들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오산시 확진자 추가, 용인시 11명 추가, 화성시 283번 확진자 발생, 수원시 532번 확진자, 자택 및 주변 소독 예정, 서울시, 동선은 역학조사 중이며 홈페이지 참조라는 메시지가 연일 띵동 거리며 눈을 자극한다. 코로나19는 벌써 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온 시점도 됐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두려움이 엄습해 오며 오늘도 기적을 바라는 기도를 해본다.

누우런 이파리를 떼어내듯 마스크를 갈아 끼우며 자유로웠던 지난날이 무척이나 그리운 시간들. 초록의 기운으로 우울감과 답답함을 모두 내보내 보려 창문가를 서성여도 보지만 그래도 기적을 선물 받고 싶은 12월이다.

모든 출산은 기적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할까.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오늘도 기적을 경험하고 계시거나, 기적을 경험한 모든 엄마를 응원한다. 장영희 에세이 제목처럼 살아온 것이 기적이요 살아갈 것이 기적이지 않은가.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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