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의회 의정원칙은 소통과 혁신이다. 말뿐인 소통은 원성을 자아내고, 혁신이 멈춘 자리엔 적폐만 쌓이게 된다. 진보가 보수가 되고, 보수가 진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진정으로 소통하며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보수가 된다. 소통과 혁신은 구호가 아니라 숙제이다.
얼마 전 미국의 대선이 있었다. 현 대통령의 선거결과 불복으로 인한 소용돌이가 이제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하는 미국의 어두운 면과 낙후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흔히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일면 맞고 일면 틀리는 얘기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 준 정치적 행보가 그리 진보적인 것만은 아니다. 트루먼은 열렬한 반공주의자로 전쟁과 냉전도 불사했고,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전 세계의 우상이 된 케네디는 쿠바문제 때 핵전쟁도 감수할 태세였으며, 존슨은 베트남전에 개입했다. 평화, 인권, 진보와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무인정찰기를 이용한 테러용의자 폭격에 열성을 보였는데, 혐의만으로 살상을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은 민간인 정보수집을 폭로한 프리즘 사건에서 내부 고발자인 스노든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고, 인권 침해 논란이 컸던 NDAA(국방수권법)와 관련하여 민주당 상원의원 거의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다.
한편 강경일변도로 인식된 공화당은 한반도 평화정책에 우호적 입장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외면했던 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정당은 성향에 상관없이 국익우선 원칙이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상황에 따라 진보든 보수든 선택적이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관례와 적폐는 백지장 차이다. 보수도 진보도 각기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이것이 우리 정치현실에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선택을 구사하지 않으면 퇴보하거나, 외면당한다는 것이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으면 현실파악에 둔감하게 되고, 현실파악이 안되면 실책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의정활동은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시민을 위한 것인가. 시민이 공감하는 것인가? 진정 시민에게 득이 되는 것인가. 끊임없는 소통이 곧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상황이 변하는데 고집을 내세워서는 안될 것이다. 뒤쳐져서도 안될 것이다. 온고지신과 일신우일신은 일맥상통하지만, 때론 충돌한다. 여주시의회는 항상 깨어있고 긴장해야만 한다. 시민을 위한 길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고 네당 내당이 있을 수 없다. 진보가 보수가 되고, 보수가 진보가 되기 십상이다. 어느 당이냐를 따지지 말고 시민과 호흡하며 매일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 시민의 편에, 역사의 정방향에 설 수가 있다. 요는 진보냐 보수냐가 문제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무슨 정책으로 어떤 의정을 펼치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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