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소송ㆍ갈등ㆍ예산減
민선 취지, 경기도서 만신창이
年內 끝내고 2021 체육 맞아야
다들 파격이라 말했다. 그럴만 했다. 내부 승진이었다. 20년 근무 직원을 앉혔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도내 소상공인들을 쥐락펴락하는 자리다. 도지사의 경제 철학을 현장에 투영하는 자리다. 넉넉한 연봉에 후한 대접도 받는 자리다. 관행은 그렇지 않았다. 지사 측근들이 갔다.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선임 관행은 그렇게 바뀌었다. 민선 7기 인사가 준 첫 이미지였다. 이재명 지사다운 개혁이라는 평이 따랐다.
참 좋았던 기억인데. 까먹는 일이 생겼다. 11개월짜리 산하기관 갈등이다. 1월에 경기도 체육회장 선거를 했다. 이원성씨가 당선됐다. ‘도지사 사람’이라던 후보를 이겼다. 곧바로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이 회장이 쫓겨났다. 반소(反訴)가 제기됐다.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 회장이 복귀했다. 다시 본안(本案) 소송이 시작됐다. 8월 중순 가서야 끝났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도의회발 뉴스가 그 뒤를 이어갔다.
남북체육위원회, 최고경영자과정을 지적한다. 이 회장은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대외협력비, 특활비, 관용차 사용까지 문제 삼는다. 이 회장은 ‘증빙 근거 있다’고 주장한다. 사무처장 뽑을 때 의혹을 공격한다. 이 회장은 ‘체육회 규정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가칭 경기도 체육진흥재단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체육회를 파헤칠 특위를 구성한다는 말도 있다. 증명된 건 없다. 실행된 것도 없다. 논쟁만 오고 가는 중이다.
코로나가 있어 차라리 다행이다. 체육행사를 못 했길 망정이다. 안 그랬으면 여러 번 망신당할 뻔했다. 그렇게 열한 달 가더니, 이제 그 극한에 왔다. 도 체육회 새해 예산이 다 날아갔다. 도의회가 대폭 깎았다. 59억4천만원 중 깎은 것만 29억7천만원이다. 산하 기관 예산이 이만큼 깎인 적 있었나. 도의회사(史)로 남을 일이다.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2021년 아무것도 하지 마라’다. ‘굳이 하려면 그때마다 도의회 오라’다.
길어도 너무 길다. 받아 쓰는 기자들도 지친다. 그만큼 해놓고도 부족한가. 싸운 기억밖에 없는 11개월이다. 갈등 외에 남은 거 없는 11개월이다. 충분했다. 체육인 좌절시키기에 충분했고, 도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라는 민선(民選)이 아니다. 도입 목적은 분명하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다. ‘김문수 체육회’ ‘남경필 체육회’를 없애는 거다. ‘도민의 체육회’를 만드는 거다. 좋은 취지다. 이게 하필 경기도에서 망가지고 있다. 정치 투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민선 체육회를 시작했다. 크고 작은 잡음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싸움하며 1년 다 보낸 곳은 없다. 다른 지역 체육인들이 알까 무섭다.
12월이다. 끝내자. 도의회 주장은 ‘다 밝히자’는 거 아닌가. 그러면 당장 시작하면 된다. 체육회 사무실 몇 평 안 된다. 이렇다 할 행사도 없었다. 장부 몇 권 들추면 다 끝날 일이다. 이 회장 주장은 ‘잘못 없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해명하면 된다. 별로 한 일도 없는 1년이다. 그 영수증 모아서 보여주면 된다. 이 일이 1년 걸리겠나, 반년 걸리겠나. 질질 끌 이유가 없다. 혹시 ‘갈등도 정치’라는 고수의 셈법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오늘도 이 논쟁의 마무리는 이재명 도지사다. 이 얘기를 하는 이들의 마무리가 늘 그래 왔다. ‘이 갈등에 이 지사 책임이 있을까-그런 증거는 없다.’ ‘이 갈등을 이 지사가 풀 수 있을까-그런 기대는 많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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