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수 칼럼]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미국 대선이 끝난 지 벌써 3주일이 지났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바이든에게 선거 승리를 축하하면서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지난 15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미 대선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북한의 관영매체들도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의 침묵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도발일까 아니면 회담일까. 북한은 미국 리더십의 전환기 때마다 전략적 도발을 해왔다. 신행정부에 대한 탐색이나 신행정부에 대한 대미 협상력을 증대시킬 목적이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시기를 전후하여 전략적 도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 4형과 괴물 같은 초대형 ICBM이 그 대상이다.

이와 반대로 북한은 도발의 후폭풍과 북미 회담을 염두에 두고 도발을 자제할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전략을 도발을 감행하면 유엔 안보리는 역대급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안보리는 결의안 제2397호의 트리거 조항(trigger clause)에 의거해 추가적인 대북 유류 수출 제한 등 ‘중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끌어안은 채 붕괴될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대북 제재, COVID-19, 그리고 자연재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에 의하면 올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는 ‘고난의 행군’ 기간인 1997년에 기록한 -6.5%보다도 낮은 것이다. 김정은도 2020년 8월 개최된 노동당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의 경제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김정은은 이 회의를 통해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열어 “2021년 사업방향을 포함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만일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한다면 유엔 안보리는 자동으로 역대급 제재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은 바이든과 친 바이든 인사들의 북한 비핵화 발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바이든은 CVID로 통칭되는 완전한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의 핵 능력 축소를 전제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줄곧 주장해 왔던 핵군축과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분야 최측근인 라이스(Susan Rice) 전 유엔 대사도 2019년 2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CVID의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블링컨(Antony Blinken) 전 국무부 부장관도 2018년 6월 뉴욕타임스의 기고문에서 이란과의 핵합의가 북한 비핵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발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와 핵회담을 해볼 만한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할 것인지 회담을 위해 이를 유보할 것인지는 순전히 북한에 달렸다. 그럼에도, 북한이 합리적 판단을 한다면 도발보다는 회담에 기대를 거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 문제를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고자 신형 잠수함 공개 등 회색지대(Gray zone) 성격의 도발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비핵화 회담을 위한 구상을 정립하고 이를 당사국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내각이 구성되기 전에, 그리고 북한이 제8차 당대회를 하기 전에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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