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혈세’가 ‘눈먼 돈’이 되지 않아야 한다. - 공공재정환수법 시행 1년에 즈음하여

배순형

흔히 세금을 ‘혈세(血稅)’라 부른다. 과거에는 탐관오리에 의한 가혹한 조세를 의미했지만 요즘은 납세자 입장에서 피같이 귀중한 세금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피와 같은 세금을 마치 눈먼 돈 혹은 공짜 돈으로 잘못 인식하여 부정하게 사용하는 사례를 하루 멀다하고 뉴스로 접하게 된다.

대부분은 잘못된 사업이나, 정책, 공무원들이 부정행위 때문에 혈세가 낭비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짜 서류 몇 장으로 실업급여나 복지급여 등을 받아내는 부정수급 사례도 상당히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난 6년간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에서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 결과 가장 빈발한 분야는 ▷보건복지 ▷산업자원 ▷고용노동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부정수급으로 판정되어 환수를 결정한 금액이 3천2건에 1천250억원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지난해 사회복지시설인 ‘노인복지주택’으로 허가받고 호텔 숙박시설로 불법 운영해 얻은 수익금 1억 7천700만여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A사회복지법인의 전ㆍ현직 대표를 적발돼 환수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복지예산이 증가하면서 부정수급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복지 예산은 2018년 8조 4천억여 원에서 올해 11조 6천억 원으로 35% 이상 늘어났다. 이는 2020년 경기도 전체 예산의 42.7%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부정수급의 증가는 부정수급한 사람과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공무원에게 잘못이 있지만 사회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공공재정을 부정수급할 경우 보조금법 등 개별법상 일부 통제장치가 있었으나 이는 해당 사업만 해당되는 등 적용대상이나 제재수준 등이 서로 달랐다.

그리고 민간부문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재정누수는 적발이 곤란하고 설령 적발하더라도 법령 미비로 환수조치 등에만 그치는 등 다소 느슨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각종 보조금, 보상금, 출연금 등 공공재정지급금에 대한 부정수급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약칭 공공재정환수법)’을 제정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공공재정환수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는 부정수급을 하게 되면 부정이익과 그 이자를 환수하고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허위 청구시 5배, 과다 청구시 3배, 목적외 사용시에 2배의 제재 부가금을 내야한다. 또, 3년 동안 2회 이상의 처분을 받고 그 부정이익 합계가 3천만 원이 넘는 부정수익자는 명단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부정청구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포상금이나 보상금 지급은 물론 신변보호, 신분보장, 비밀보호의 안전장치도 갖춰두었다.

이러한 제도변화에 맞춰서 경기도는 공익제보 핫라인인 ‘공정경기 2580’을 통하여 공공재정 부정수급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아 처리하고 있다.

공공재정 수급자인 도민은 물론 각종 보조단체, 시설과 관리자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공재정환수법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다.

앞으로 감사를 통해 부정청구 행위에 대하여 부정이익의 환수는 물론 법에서 정한 제재금 부과나 명단 공표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공공재정지급금에 대한 정산을 이행함에 있어 정확하고 소홀함이 없도록 했는지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를 통하여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아 공공재정이 효율적이고 공평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배순형 경기도 복지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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