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외등·1

     외등·1

                진복희

 어둠을 밝혀 앉은 

 어머니 하얀 이마

 종종걸음치는 나를

 맨 먼저 알아채고

 서둘러 

 담장 밖으로

 긴 목을 빼고 섰다.

밤길을 가는 이에겐 가로등만큼 고마운 게 없다. 골목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옆집 아저씨처럼 언제나 듬직하게 서 있는 가로등. 시인은 가로등을 어머니로 보았다. 그것도 어머니의 ‘하얀 이마’로 보았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이 골목집이어서 가로등에 대한 고마움이 그 누구보다도 더했다. 어쩌다 가로등이 고장이라도 난 밤엔 무서움에 줄달음을 쳐야 했던 기억도 갖고 있다. 그런 날엔 골목길이 왜 그리도 껌껌하고 길던지! ‘종종걸음치는 나를/맨 먼저 알아채고/서둘러/담장 밖으로/긴 목을 빼고 섰다.’ 늦은 밤, 자식의 무사 귀가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여기 있다. 우리 어머니가 그랬다. 어머니는 외아들인 내가 제아무리 늦어도 결코 먼저 잠자리에 들지 않으셨다. 꼿꼿하게 앉으셔서 반야심경을 읽고 계셨다. 해서 나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늦을 수가 없었다. 시인의 어머니도 그러시지 않았나 싶다. ‘어둠을 밝혀 앉은/어머니의 하얀 이마’는 자식을 걱정하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 진다. 세상에서 나를 그렇게 걱정해주는 이가 어머니 말고 누가 있을까? 이 동시는 자식 된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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