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합건물 잘 관리되기 위한 조건

오피스텔, 상가, 주상복합, 빌라와 같이 하나의 건물 내부에 구획이 나누어져 있어 여러 사람이 나누어 소유하는 건물을 집합건물이라고 한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56만 개 동의 집합건물이 있다. 단독소유 건물에서는 소유자가 자기 마음대로 건물을 관리할 수 있지만, 집합건물에서는 좋으나 싫으나 다른 소유자들과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집합건물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는 2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구분소유자들의 참여이고, 나머지 하나는 법이 정하는 절차의 준수이다. 사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집합건물의 운영은 커뮤니티 안에서 이해관계와 의견이 다른 여러 사람이 함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천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주주의인 셈이다.

참여와 관련하여, 집합건물 관리규약의 제정 및 변경을 위해서는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 4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관리인 선임이나 공용부분 관리에 관한 사항의 결정을 위해서는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관리단 집회를 여는 대신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 5분의 4 이상이 서면합의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방식이든 구분소유자들의 참여가 없으면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상가나 오피스텔의 경우 구분소유자가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여 임대한 뒤 직접 상주하지 않아 참여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온라인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화상회의, 단체 모바일 메신저, 인터넷 카페 등 SNS, 이메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시스템 등 활용가능한 온라인 수단이 많다. 다만 전자서명을 통해 본인확인을 하는 방법 외에는 미리 규약으로 온라인 의결 방법을 정해 놓아야 한다. 따라서 먼저 규약을 제정하는 수고를 한 뒤 규약에 따라 편리한 온라인 의결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위해서는 문제의식과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 묻고 답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법이 정하는 절차와 관련하여, 집합건물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은 이와 함께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된다. 법이 정하는 절차를 위반한 경우 관리인 선임이나 관리규약 제정 등 의사결정의 효력이 부정되거나 관리사업의 지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무부가 발간한 집합건물법 해석사례집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주제별로 해설을 제공하여 법이 정하는 절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리규약을 제정할 때는 경기도 표준관리규약을 참고할 수 있다. 경기도는 변호사, 주택관리사, 건축사, 공인회계사, 노무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을 두어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자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경기도에 지원신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임채룡 경기도 집합건물관리지원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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