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노동시장 환경도 마찬가지다. 가이라이너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더 이상 보건 위기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경제의 위기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국경과 지역, 거리를 봉쇄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됐고, 이는 직장폐쇄와 휴직, 실직으로 이어졌다. 한편 재택근무와 원격회의 등의 근로형태가 보편화되면서 그동안 막연히 예상만 했던 언택트, 자동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앞에 한층 가까워졌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유례없는 고용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초기 고용감소 현상은 주로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부문과 영세사업장, 저임금 및 불안정 일자리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2분기 이후로는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제조업부문의 고용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은 남성보다 여성,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이와 같은 고용 충격의 장기화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재택근무가 단기간에 확대되는 등 근무형태가 다양화됐다. 잡코리아 설문결과, 직장인 62.3%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한 대기업(120개사)의 75%인 90개 업체에서 재택 및 원격근무 등 유연근로제를 실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러한 근무형태는 근무 장소에 제약이 있거나 소비자를 직접 만나야 하는 대면 서비스업에서는 채택이 불가능하여 직종과 산업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프리에이전트(Free Agent)’,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같은 새로운 고용 환경을 촉진시키는데 기여했다. 자율출퇴근제, 비대면 업무의 확산 등으로 조직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는 프리에이전트들이 빠르게 늘고, 다양한 성격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쿠팡 플렉스’나 ‘배민 커넥트’ 등 긱 이코노미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노동시장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실직의 장기화, 재택근무 등 근무형태 변화, 비대면 및 플랫폼 경제의 진전 등 새로운 노동시장 환경과 관련한 중요한 이슈를 제기했다. 먼저 실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업종별 맞춤형 고용유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등 추세적 변화를 고려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비대면ㆍ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진행 등 코로나19 이후의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인 고민을 함께해야 할 때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코로나19는 바이러스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다시금 확인케 했다. 더욱이 우리는 코로나19의 충격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 메가트렌드 변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전환을 함께 겪고 있어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조영화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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