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스탈린은 왜 낚시에 실패했을까

독일의 연합국과의 전쟁에서 종막을 고할 즈음, 1945년 2월4일부터 7일 동안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처칠 영국 수상, 스탈린 소련 수상이 크림반도 얄타에서 회담을 했다. 소련 영토인 흑해의 휴양지로 회담은 제정 러시아 황제의 별장에서 거행됐고 이 자리에서 독일 항복 후의 세계정세가 논의됐다. 소위 ‘얄타 회담’이 그것이다. 회담 중 낚시를 하는 등 긴장을 푸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하루는 처칠과 스탈린이 아름다운 흑해에서 낚시했다. 그런데 처칠의 낚싯대에는 고기가 잘 물려 환성을 터트렸는데 스탈린의 낚시에는 피라미 한 마리도 물리지 않았다. 슬며시 화가 난 스탈린이 처칠에게 물었다. ‘나는 왜 고기가 안 잡히는 거요?’ 그러자 처칠이 대답했다. ‘소련에서는 언론자유가 없으니까 물고기조차 입을 벌리지 않기 때문이죠’ 처칠의 유머를 통한 일침에 스탈린이 머쓱한 것은 물론이다.

지난주에 있은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총재가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여당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사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국가재정운영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정지출이 많은데다 국제경제의 악화,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재정운영이 도전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정부가 재정운영을 빈틈없이 추진한다 해도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 총재로서는 ‘선의의 조언’을 할 수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것. 더 토를 달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정책에 훈수를 두는 것이냐?’ ‘너나 잘하세요.’라는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는 등 거센 반발을 했다. 참 답답한 것은 이런 소리, 저런 소리 다 들어야 하는 것이 정치고, 그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건전한 상식인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누가 의견을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쓴소리를 많이 한 의원이 공천에서 떨어져 국회 입성이 좌절된 적도 있고, 심지어 정권의 압박에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가 벌떼처럼 악성 문자 공격을 받기도 한다. 또 어떤 의원은 후원 성금 18원을 수 없이 받기도 하는데 ‘18원’을 보내는 것은 욕설을 대신하는 표현이다. 이렇게 되면 언로(言路)가 막힌다. 누군가는 언로가 막히면 인체의 혈맥이 막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건강한 신체는 피가 잘 흘러야 한다.

옛날에 읽은 동화가 생각난다. 새들의 왕국에서 임금이 전국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새들을 모아 노래 시합을 열었다. 꾀꼬리, 뻐꾸기, 종달새, 두견새, 비둘기…등등 온갖 새가 다 출연하여 노래를 불렀다. 심사 결과 뻐꾸기가 노래 왕으로 선발됐다. 임금은 그날부터 모든 새는 자기 소리를 내지 말고 뻐꾸기의 소리를 내고 뻐꾸기의 노래만 부르도록 했다. 그 명령을 어기는 새는 모두 처벌을 받기로 했다. 그러자 어디를 가던 ‘뻐꾹~ 뻐꾹~’하는 뻐꾸기 노래뿐이었다. 한참 동안은 듣기가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까치든, 두견새든 자기 종족의 소리로 짝을 찾고 번식을 해야 하는 데 이것이 중단되어 버리니 번식이 멈춰지고 새 나라는 점점 자취를 감췄다. 역시 새들이 각자의 소리를 낼 때 새 나라는 번성했다는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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