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양평의 어느 마을에서 90대 할머니가 워낙 정정하셔서 비결이 무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군수야, 나는 여태껏 병원 한번 간 적이 없어”라시며 어르신이 시어머님께 물려받아 지금도 매년 농사를 짓고 계시는 건사한 씨앗들을 보여주셨다. 그 어르신이 내민 씨앗들은 이 땅에서 수천 년을 걸쳐 대대손손 물려온 토종 씨앗들이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코로나도 일정 부분은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이란 측면이 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바이러스를 불러일으켰다는 가설이 그것이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의 출발점은 바로 토종 씨앗이고, 토종 씨앗의 발굴과 보급은 양평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 종자는 우리 땅에서 수천 년에 걸쳐 안전성과 품질이 검증되었으니 우리 몸에도 좋은 것은 자명한 것이다. 게다가 토종작물은 병충해에도 강하게 적응되어 왔기 그 때문에 농약사용이나 화학비료의 힘을 빌지 않고서도 잘 자랄 수 있으며 가뭄과 장마에도 잘 견디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최근 판매되는 씨앗의 대부분은 F1(잡종 1세대) 종자이거나 불임성 종자인 소위 터미네이터 종자가 대부분이다. 첫 수확은 보기 좋으나 그다음 세대는 퇴화하거나 아예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일회용 씨앗이라는 점이다. 이제 농부들이 씨앗을 받아 대를 이어 심어오던 토종 종자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IMF 이후 거대 다국적 기업인 외국계 종자회사에서 씨앗을 사서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해마다 종자를 다시 사서 써야 하니 종잣값이 부담되는 것은 물론이고 종자선택권이 없어진 것이다.
양평군에서는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인 토종 씨앗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토종 씨앗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양평군은 2018년 8월부터 민선 7기 주요 공약사항으로 ‘농업기술센터 부속 토종 씨앗 보존기구 설치·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농업기술센터 주도로 지역 NGO 단체인 ‘토종씨드림’을 통해 같은 해 7월부터 11월까지 관내 자연부락 36개 농가를 방문해 토종 씨앗을 수집, 총 38개 작물 67개 품종 198점을 수집·보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토종 씨앗’ 농업유전자원의 수집과 보존으로 친환경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토종 씨앗’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8개소에 토종 씨앗 수집 채종포(씨받이밭)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자주감자·참밀·강낭콩·메주콩 등 적응성과 상품화 가치가 높은 토종 씨앗을 선발할 예정이다. 또한, 농업기술센터에 토종 씨앗 전시 및 홍보공간, 저온저장시설 등을 확보해 농업유전자원 토종 씨앗 종자 은행(가칭 양평 토종 씨앗 보물창고)을 운영할 계획에 있다.
상품화 가능성이 큰 토종 종자 선별해 양평 농업의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고, 토종 씨앗을 중심의 전통 먹을거리 운동과 친환경 학교급식 등 유통시스템 선진화해 건강과 일자리를 동시에 잡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 기반의 ‘강소 도시 양평’을 만들 비전을 가다듬고 있다.
내년 가을에는 양평의 토종 씨앗으로 처음 수확한 농산물로 만든 ‘토종 씨앗 500인분의 밥상’ 행사를 열 예정이다. 우리 땅, 우리 씨앗으로 차린 건강한 밥상을 기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대접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정동균 양평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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