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3-④

오비스포 거리 입구 모습

세 가지 형태의 집은 나뭇가지와 야자 잎이나 밀짚을 사용하여 짓는다. 그러나 스페인 점령군이 거주하면서 쿠바 건축 형태는 영구적인 주거 형태로 빠르게 변하면서 절충적이고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아바나에는 400여 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통치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이 있고 이것들은 당시 건축 형태나 색상, 그리고 독특한 양식을 모두 갖추고 있어 중세 건축의 백과사전이라 한다. 특히 18세기 후반(1778, 1791) 두 번의 개혁으로 무역 자유화와 이민자가 늘면서 많은 변화를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갖게 되었다.

▲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과 올드카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과 올드카

또한 쿠바는 유럽과 달리 1,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아 중세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역사지구는 198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는 남북미 대륙을 통하여 올드 아바나를 카리브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역사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도시의 중심이라고 하였다.

변동성이 컸던 식민 초기에는 군사 건축물이 주로 지어졌다. 구조는 원치 않는 적 공격으로부터 아바나 비에아를 보호하기 위하여 복잡한 구조를 가진 요새로 마요르 광장 옆에 있는 ‘까스티요 데 라 레알 뿌에르따’가 대표적이다.

식민 중기에는 유럽의 바로크 양식 건축물들이 기후와 지리적 위치를 고려한 다양한 ‘쿠반-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대표적인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 프란체스코 보로미니가 설계한 ‘아바나 대성당’이다.

식민 후기에 들어서는 설탕 수출로 비축된 자금을 바탕으로 ‘균형과 비율’을 중시하는 프랑스 신고전주의 영향을 받아 구성의 치밀함과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마요르 광장에 있는 국영 레스토랑 ‘엘 템쁠레떼’와 카피톨리오 옆에 있는 호텔 ‘인글라떼라’가 대표적이다. 건물 전면을 지탱하는 원형 기둥을 기본 구조로 갖는 양식으로 바로크 건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밤에 조명이 드리울 땐 주변 건물과 어우러져 더욱 화사함을 느낀다.

▲ 호텔 ‘인글라떼라’(우측)
호텔 ‘인글라떼라’(우측)

이 외에도 올드 아바나 역사지구에는 콜로니얼 때 지은 오래된 유럽풍의 건물이 수없이 많다. 광장 옆 18세기 후반에 건축한 부티크 호텔 ‘산타 이사벨’이 있고 주변에는 헤밍웨이가 이곳에 있을 때 머물렀던 ‘암보스 문도스’ 호텔도 있다.

흔히 건축의 기본은 구조의 튼튼함과 쓰임새를 살린 기능 그리고 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이론처럼 아바나 비에아의 콜로니얼 시대 건축물에서는 이들 3요소를 모두 갖추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을 거닐다 흥미로운 거리 캐릭터와 거리 예술가들도 만나고 골목 뒤편에 있는 벼룩시장도 구경한다. 오래된 헌책, 잊힌 20세기 초·중반의 골동품 같은 카메라, 사회주의 메달, 혁명 전·후 동전과 구권 화폐를 구경하다 보면 지난 시절 아바네로의 생활상을 엿보는 듯하다.

발길을 옮겨 성 앞 델 뿌에또 길 건너 ‘모로성’을 바라보며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말레꼰 방파제를 느릿느릿 걷는다. 찌뿌듯한 아침 날씨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카리브 겨울바람은 잔잔한 파도와 함께 쉬지 않고 방파제에 물보라를 일으킨다. 저물녘 햇빛에 반짝이는 파도 조각은 수정구슬이 되었다 사라진다. 해질녘 카리브의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에 젖어 수평선을 바라본다. 오늘도 올드 아바나의 콜로니얼 건축물을 돌아본 의미 있는 하루가 저문다.

▲ 프랑스 신고전주의 영향을 받아 구성의 치밀함과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호텔 ‘인글라떼라’의 아름다운 야경 사진
프랑스 신고전주의 영향을 받아 구성의 치밀함과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호텔 ‘인글라떼라’의 아름다운 야경 사진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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