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는 54일 동안의 장마 지속, 약 852㎜의 엄청난 강우로 1973년 이후 최장기간ㆍ최대강우 장마를 기록했다. 기상의 극값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변동폭이 역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낮거나 예측하기 어렵지만 예기치 않게 일어나서 엄청난 사회·경제적 파장을 부르는 사건을 ‘블랙스완’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사건이 실제 발생하고 나면 사람들은 사후 원인분석을 통해 끼워 맞추기식으로 확실한 전조가 있었다고 믿으며 나아가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었으며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는 식으로 강변한다. 하지만 다음번의 블랙스완은 여전히 예측하지 못한다.
올해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도 마찬가지이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며, 피해를 빠르게 복구하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ㆍ국민 모두가 도와야 한다. 하지만 모든 피해의 원인을 댐관리를 주관하는 특정기관에 집중하는 것은 피해주민의 분노와 허탈함을 순간 달래줄 수는 있을지언정 이성적ㆍ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장기적 대비가 없다면 홍수피해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몇 가지를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하천의 전반적인 개수(改修) 노력이 필요하다. 홍수가 발생하면 댐과 하천이 홍수량을 적절하게 분담하여야 하나, 하천정비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설계홍수량은 대부분 100년 빈도 이하로 다목적댐의 설계홍수량 200년 빈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게다가 하천 제방의 완성 비율인 개수율은 50~80% 수준에 불과하여 계획된 홍수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한다.
둘째, 홍수 대비는 구조적 대책과 함께 예경보시스템과 같은 비구조적 대책도 중요하다. 홍수가 예상될 경우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전파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융합 활용하고 댐과 하천 제방 등 유역 전체에 걸쳐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으로 홍수 관련 상황이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여러 기관이 수자원 시설과 하천을 나누어 관리하는 여건에서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댐 관리 일원화나 댐-하천 관리의 일원화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즉,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비단 이번 피해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 안전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점에서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국민이 물 재해로 인해 그 피해를 체감하게 되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고, 홍수가 발생할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면 성공한 것이다. 이번 홍수피해를 경험으로 삼아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긴 호흡의 치수 정책을 기대해 본다.
강부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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