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의 문제(서동호 변호사)

병역법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일정 기간 내에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 병역법 규정과 관련, 종교적ㆍ윤리적ㆍ도덕적ㆍ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는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점에서 적어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하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해 형사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데,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피고인의 전반적인 삶의 모습과 함께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 요소가 되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등의 사정 역시 적극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병역기피 등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 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데,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같아서 사회통념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7월 9일 선고 2019도17322 판결 참조).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앞서 적시한 진정한 양심의 존부에 대한 판단 요소 및 그 기준과 함께 검사의 증명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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