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무기 美극우ㆍ신민족주의, 이수혁 발언, 당당히 할 말 한 것…성조기 흔드는 保守가 자성할 일
2016 미국 대선 결과는 걱정이었다. 우리를 포함한 세계인에게 그랬다. 공약부터 공포스러웠다. 외국에 간 일자리를 찾겠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300만개를 가져 오겠다고 했다. 대선 구호는 더 노골적이었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계가 함께 잘 살자는 건 웃기는 소리라고 비웃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모두 자기 나라를 위한 애국자가 되라’고 소리쳤다. 트럼프 4년이 끝나간다. 약속은 어찌 됐을까.
완벽히 성공한 3년이다. 경제지표-2019년 미국 고용률과 실업률-가 증명한다. 고용률이 증가했다. 풀타임 고용이 늘었다. 장기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가 감소했다. 의료ㆍ보건ㆍ교육ㆍ여가 등에서 특히 좋아졌다. 수치로 확인되는 실적이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무기가 있다. 힘을 앞세운 짓누르기다. 그 중에도 관세 철벽은 무지막지했다. 전례 없는 관세 인상으로 세계를 질식시켰다. 미국 상공회의소조차 ‘너무 높다’고 할 정도다.
그냥 참고 있을 세계가 아니다. 트럼프 미국에 칼을 꽂았다. 이웃 캐나다부터 시작했다. 대미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EU도 반격에 나섰다. 미국 제품에 ‘3천억불 보복’을 가했다. 중국도 미국산 차에 40%의 관세를 매겼다. 아예 위안화를 떨어뜨려 통화 공세까지 했다. 이제 세계는 미국 대 반(反)미국이다. 트럼프 미국에 맞서는 분노의 연대다. 트럼프의 비아냥도 부메랑이 됐다. 모든 나라 지도자가 자국을 위한 애국자로 돌변했다.
동방의 한 나라가 혹독하게 당했다. 대한민국이다. 멀쩡하던 FTA를 다시 손봤다. 국제법상 ‘확정된 협약’이다. 손대면 안 되는 거였다. 그걸 입맛대로 고쳤다. 다른 나라는 겪지 않을 고통도 줬다. 주둔 미군 방위비 분담이다. 갑자기 500% 인상을 통보했다. 연간 5조8천억원이다. 어렵다고 하자 온갖 협박을 했다. ‘한국인은 끔찍한 사람들’이라며 폄훼했다. 미군 근로자들을 길거리로 내 쫓았다. 미군 철수 카드도 흔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끔찍한 한국인’, 한국민 모독이다. 아무 말 안 했다. ‘일방적 무급 전환’, 노동 탄압이다. 항의 한 번 없었다. ‘여단(旅團)급 철수 검토’, 안보 동맹 위협이다. 속으로만 끌탕했다. 캐나다, EU, 중국의 반격은 남의 얘기였다. 우리는 그냥 침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이 그랬다. 트럼프 미국도 그걸 잘 안다. 그래서 도를 넘는 막말 무례를 계속한다. 안보 동맹까지 꺼냈다 넣었다 한다.
우리는 반격은커녕 거꾸로 갔다. 광화문 광장을 뒤덮은 성조기(星條旗)다. 한국인이 모욕당할 때, 그때도 휘날렸다. 한국 근로자가 쫓겨났을 때, 그때도 휘날렸다. 미군 철수 으름장이 나올 때, 그때도 휘날렸다. 그 깃발 현장에서 미국은 성역이었다. 건드려선 안 될 존엄이었다. 그러면서 ‘이것만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라고 했다.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랬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 트럼프 미국 이후엔 특히 없다.
엊그제 이들이 분노할만한 발언이 있었다. 이수혁 주미 대사의 ‘70년 관계론(論)’이다.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망언이라고 했다. 미국 비위를 건드렸으니 그럴 만하다. 참으로 어이없는 현상이다. 뭐가 문제라고 이러나. 모욕당해도, 쫓겨나도, 동맹 흔들어도 ‘옳으신 말씀’이라며 무릎을 맞췄어야 옳은가. 미국발 경제 전쟁 중이다. 대사라면 능히 할 말 아닌가.
‘한스 페터 마르틴’이 저서 ‘GAME OVER’에서 경고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극우ㆍ신민족주의를 초래했다…세계화 덫에 걸린 인류는 침몰 위기로 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에 내린 진단이다. 세계가 다 그렇게 평한다. 이런 세상에 대한민국 보수만 따로 논다. 홀로 트럼프 미국을 받든다. 홀로 성조기를 흔든다. 안 그래도 다수에 버림받은 보수다. 왜 다수가 거북해하는 찬미(讚美)를 부여잡고 있나. 더 잃을 민심도 없다고 봐서인가.
한국 보수의 부활. 그 출발은 미국을 보는 시각에 있다. 득과 실을 가려내는 냉철함 말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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