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를 비롯한 경기도에는 수많은 유적과 유물 중에 비용이나 연구 등의 문제로 아직 복원되지 않은 채 빈터로 남아 있는 곳이 많이 있다. 또 전문가와 향토연구자들에 의해 위치나 과거 원형에 대한 자료가 충분해도 큰 비용을 들여 복원할 가치가 있는지 또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 방향을 바꾸어서 기존의 단순설명 안내판보다 비용은 저렴하면서 효과는 훨씬 뛰어난 유적지 가상 유리 디스플레이 복원은 어떨까.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처럼 고난도의 그래픽 제작과정이 필요 없으며 구현하는 기계장치나 전기도 필요없이 단지 유리창에 장소나 원래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기능이다.
이런 가상 복원 유리창 디스플레이가 쓰이는 곳은 발칸반도에 있는 세르비아이다. 조선이 건국될 시기와 비슷한 1381년에 라자르 왕자가 세운 크루세바크(krusevac) 성의 무너진 부분을 그대로 두고 관람객의 시각에서 과거 어떤 형태였는지를 보여주는 유리창 가상복원도를 만들어 놓았다. 이는 꽤 효과가 좋아 여행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방법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런 가상복원 유리창 디스플레이가 쓰일 곳은 대단히 많다.
임진강변 위에 있는 율곡 선생의 정자인 화석정이 그 예이다. 화석정 정자에서는 선조대왕이 우여곡절 끝에 강을 건너 피난했던 동파역, 임진 팔경의 유래가 된 정자 래소정과 팔경의 옛터들, 강 건너에서 봉화를 올렸던 일월봉터, 왼편으로 멀리 덕진산성, 멀리 장파리의 대궐터 등과 지금은 흔적도 없는 4곳의 나루터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현재 화석정의 유적지 안내지도에는 임진팔경의 위치만 짐작하게 해주는 지도안내판이 있으나 단순하고 평면이라 의미와 위치를 일반시민이 제대로 알기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파주읍 봉서산 정상 등산로에서 보는 옛 의주길과 파주 관아, 파산서원 앞마당에서 보는 파괴 전 파산서원의 원형 모습 등 복원이 안 되더라도 지금의 안내판보다 더욱 체감되는 역사가이드가 될 수 있다.
이는 옛 유적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기념물의 이해를 돕는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6ㆍ25 전쟁 때 파주 적성 설마리에서는 영국군 글로스터대대의 격전이 있었는데 당시 중공군과의 전투지, 공격과 퇴로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남아 있어 가상복원 유리창 디스플레이를 쓴다면 적은 비용으로 그들의 희생과 당시의 전투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김현국 IT 개발자 파주향토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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