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네 탓에서 내 탓, 내 덕에서 네 덕으로

심리학에서는 여럿이 일을 할 때 그 일이 성공하면 ‘다 내 덕분’이라며 공을 독차지하는 반면, 일이 실패하면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기 위해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사고방식을 ‘베네펙턴스(beneffectance)’ 현상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성공하면 그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실제보다 더 큰 일을 해낸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실패할 땐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베네펙턴스 현상이 너무 지나치다. 솔직하게 ‘내 탓’임을 인정하기보다 ‘네 탓’으로 떠넘기는 ‘내 탓 없는 사회’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일이 잘되면 자기가 잘해서이고, 잘못되면 남의 탓, 이웃 탓, 사회 탓, 환경 탓, 조상 탓으로 돌린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의 탓이다. 때로는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면서 열심히 변명하기도 한다. 이는 정중히 사과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주변 탓을 하는 것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모범이 되어야 할 지도층 인사들의 ‘네 탓 공방’이다. 이들의 ‘네 탓 공방’은 코로나 19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명심할 것은 매사에 남의 탓으로 돌리는 개인이나 집단은 그 당시에는 이익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발전이 없고 오만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잘못될 때마다 남 탓을 하면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남 탓 문화’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변화하고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네 탓에서 내 탓, 내 덕에서 네 덕으로’ 가는 길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일이라도 서로 남을 탓하면 더 큰 사건으로 확대되지만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이 쌓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모든 부정적인 일은 덕이 부족한 내 탓이고, 긍정적인 일은 네 덕이다.

물론 세상을 살다 보면 ‘네 탓’처럼 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네 탓’인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말한다면 그 공동체는 상생하는 공동체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 덕이 아니라 네 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때 한 종교단체에서 벌인 ‘내 탓이오’ 운동이 지속되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져 아쉬움이 크다. 가족 간의 아픔, 이웃 간의 분쟁, 세대 간의 반목, 이념 간의 대립, 공동체의 갈등은 ‘내 탓, 네 덕’이라는 표현의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 ‘내 탓, 네 덕’이라고 말하는 칭찬의 공동체는 즐거운 공동체, 건강한 공동체, 행복한 공동체, 아름다운 공동체, 기적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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