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3-②

‘쿠반-바로크’양식의 ‘빨라시오 데 로스 까피타네스 헤네랄레스’ 역사박물관의 정원과 내부 건물 전경

예술품은 기독교 성화와 도자기·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로 바뀐 건물은 원형을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당시 건축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쿠바 정부는 이 건물을 바로크 양식의 주요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외관은 굵은 벽체 중심의 사각 형태로 이 양식을 ‘쿠반-바로크’라며 스페인과 차별화한다. 전면에는 기둥으로 지지가 된 아치와 아케이드가 있고 그 위에는 카리브 해저에서 채석한 석회석으로 외관을 마감했다. 이 석재에 박혀 있는 수많은 해양 화석은 건물과 함께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로크 양식의 외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작은 발코니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아래 기둥 상단과 수평을 이룬다. 건물 중앙에서는 사방의 갤러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개방형이라 안뜰에 있는 콜럼버스의 대리석 조각상과 한가로이 노니는 공작과 예쁜 정원을 조망할 수 있다. 완벽하게 내·외관의 조화를 이뤄낸 이 건물은 전면 마요르 광장과 연계돼 콜로니얼 시대 최고 건축물로 평가한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바다 쪽에 있는 ‘카스티요 데 라 레알 푸에르자’ 성은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해적으로부터 아바나를 방어하기 위해 건축한 요새 중 가장 오래됐다. 그러나 처음에 지은 요새는 1558년 프랑스 해적 공격으로 대부분 파괴됐으나 같은 위치에 20년 걸려 지금 모습으로 새로 지었다. 성의 형태는 네잎 클로버 모양으로 각 모서리에 감시탑을 새웠고, 외곽은 방어 목적으로 해자를 만들어 성을 외부와 차단함으로써 도개교를 통해서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중세 유럽 성의 디자인을 따랐다. 성의 구조는 기초 바닥에서 10m 높이 벽체를 앞바다에서 채석한 석회암으로 쌓았고 스페인이 카리브해를 지배하는 동안 만든 여러 군사 요새 중에서 가장 건축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카스티요 데 라 레알 푸에르자’ 성에서 포구를 향하고 있는 대포 모습
‘카스티요 데 라 레알 푸에르자’ 성에서 포구를 향하고 있는 대포 모습

성의 서쪽 망루에는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 종탑의 ‘히랄다’를 모방한 ‘히랄딜라’라는 청동 여인상 복제품이 30m 높이에 서 있다. 쿠바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 조각상 진품은 아바나 장인 ‘제롬 마틴 핀존’이 1634년에 만들었으며, 박물관 입구는 이 장인이 주조한 산타클라라수녀원 성당의 종과 함께 보관하고 있다.

세비야 대성당 종탑의 히랄다는 기독교로 개종한 무어족 출신 여인을 신앙의 상징으로 삼았지만, 이 성은 쿠바 최초 여성 총독 ‘이사벨 데 보바딜라’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미국 플로리다로 탐험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자 무사 귀환을 기다리며 매일 이 망루에서 기도하다 죽었고 그녀의 애틋한 사랑과 충정을 상징으로 삼아 종탑에 세웠다.

성을 완성한 후 초기 몇 년은 획득한 왕실 소유의 금과 보물을 스페인으로 이송할 때까지 보관해 일명 ‘왕실의 성’이라고도 한다. 그 후 18세기 후반까지는 꼭대기 층에 경비대장과 왕실 경비병이 상주했고 정부 수립 후에는 국립기록문서보관소와 국립도서관으로 사용했으며 1959년 쿠바혁명 이후에는 국립기념사업회를 비롯한 혁명사업 용도로 사용했다. 건축 400주년이었던 1977년부터 해양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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